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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Sep 25. 2022

전산직 공무원/군무원 취업, 면접 멘토링

개발자가 모두 코딩만 하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에 군무원 면접을 앞두고, 저에게 멘토링을 신청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군대 생활을 하며, 군무원에 대해서 들었던 건 직업 군인인데 뭔가 장교들과는 다른 분들이라는 정도였습니다. 제 이미지 상으로는 군무원과 공무원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 군대도 사설 조직은 아니고, 그런 곳에서 군무원도 일을 하는 것이니 직종/업종의 특성은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런 군무원의 면접을 앞두고 왜 나한테 멘토링을 신청했을까...??? 저는 그런 곳과는 전혀 연관도 없고, 관심도 없거든요... 하지만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전산직 군무원의 지원을 하신 분이셨던 거죠. 군인도 각각 보직이 있는 건데... 저도 통신병이었고... 군인이나 군무원도 공무원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일반적인 형태의 공무원 취준생이라고만 생각을 했던 게 제 잘못이었습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7548/clips/146


전공은 컴공이지만
코딩은 싫어요

이 분의 고민은 명확했습니다. 컴공을 전공했지만 개발은 적성에 맞지 않고, 관심도 없어서 손을 놓고 있었는데 전공을 살려 전산직 군무원에 지원을 했다. 하지만 전공만 했을 뿐 개발 쪽으로는 내세울 게 없다...


많은 분들이 컴퓨터/IT 전공자나 개발자는 모두 코딩을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경험해보지 않고, 검색이나 미디어, 지인을 통해서만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맞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는 거고, 실제로는 '어느 수준' 혹은 '어느 시점'까지는 개발을 하다가 그 이후에는 코딩은 전혀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개발만 하면서도 개발자로 좋은 커리어와 연봉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게다가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코딩마저도 대신해주는 좋은 기술/서비스/도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노코딩/로우코딩 등으로 불리면서 코딩을 할 줄 몰라도 개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지금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무언가가 개선이 되고 있을 겁니다. 흐름마저도 이러하지만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다른 분야에 계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개발/IT 분야에서 일한다는 건 코딩을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중요하긴 합니다. 적어도 '무슨 무슨' 개발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코딩을 해 본 경우가 대부분일 거고요. 하지만 계속 말한 것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 첫 직장이 개발 회사이지만 맡은 업무는 광고/마케팅 분야였다

 - 엑셀은 남들보다 훨씬 더 잘 사용한다

 - (개발을 하며) 혼자 일 하는 것보다 남들과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한 업무를 더 선호한다

 - 개발은 대학생 때 수업을 들으면 프로젝트를 한 게 전부


멘토링을 신청하신 분께서 말씀하신 그분의 상황입니다. 위의 내용을 들으며 제가 생각한 건 아래와 같습니다.


'군무원에 딱 맞는 분이신 거 같은데..?'

'본인 적성에 맞는 곳 잘 찾으신 거 같은데...?'


취준생으로서 고민이 많고, 불안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미 개발자로 일을 하다가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하고 있는 제삼자입니다. 그분은 그 분대로, 저는 저대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분께 제 생각을 말씀드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대로 전달해 드렸습니다.


개발 '안' 하는 개발자도 많고
개발 '못' 하는 개발자도 많다

군무원으로서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시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례 생각하는 그런 "코딩"을 하며 일하는 개발자만큼의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면접을 통과하고, 군무원으로 일을 하게 되면 코딩이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을 하게 될 확률도 높을 거고요. 왜냐하면 개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큰 조직은 대개 그렇기 때문입니다. 개발이 핵심 역량이고, 주된 비즈니스이고, 캐시카우인 조직 내에서는 코딩/개발 실력이 곧 내 가치이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는 개발이나 코딩은 조직의 운영에 필요한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업무들이나 서비스/시스템은 보통 돈으로 해결해 버리죠. 소프트웨어, 솔루션, 서비스를 구매한다거나 외주 업체한테 맡겨 버리는 형태로 말이죠! 


그럼 이런 조직 내에서 전산팀/정보팀/IT팀에서 일하는 분들은 어떤 일을 한다는 걸까요? 


개발자가 무조건 노트북 보면서 코딩만 하는 건 아닙니다. 


 - 이미 개발이 다 된 코딩의 결과물을 사용 혹은 관리만 하는 경우도 있고,

 - 사용이나 관리도 하지 않고, 문제가 있을 때만 작업을 하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 그런 문제가 있을 때 직접 작업하지 않고 담당 외주 업체에 연락해서 해결해 달라고 요청만 하는 개발자도 있습니다

 - 노트북/인터넷 세팅, 프로그램 설치/제거 등의 작업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키보드 '파바박' 치면서 알 수 없는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럴 필요가 있는 회사/조직에서는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적당히 하면 되는 거고,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 맡겨 버리면 됩니다. 공공기관이면 더욱더 개발/코딩과는 관련이 없고, 심지어 돈도 많습니다. 거침없이 돈으로 개발 관련 일들을 해결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코딩을 핵심 업무로 하는 개발 회사겠죠.


내가 일하고 싶은 곳, 일 하게 될 곳이 어떤 형태의 조직인지에 따라서 똑같은 개발자라고 해도 하는 일이 다를 수밖에 없고, 코딩적으로 요구하는 역량이나 범위도 다를 겁니다. 군무원이라고 하면 실제로 코딩하는 작업은 많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난이도가 높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하지 않고, 외부 업체에 작업을 맡길 거고요. 군무원으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코딩의 결과물을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용만 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어쩌다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제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또 외부 업체에 연락을 할 거고요. 본인은 연락한 업체가 내가 일하는 곳으로 올 때까지 응대하고, 상황 전달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 혹은 외주 업체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작업 등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이 정도의 작업을 하는 것도 기본적인 개발/코딩 역량을 필요로는 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메인 업무는 아니고 결국 해결은 외부에서 할 것이고, 내가 담당자라고 해서 외부 업체의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외부 업체에서 그렇게 못 하게 할 거니까요... 자신들의 재산이니까...) 너무 잘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코딩은 못하더라도 대학생 때 잠깐이라도 프로젝트를 해본 전공자라는 건 엄청난 강점이 되고, 거기에 스스로가 커뮤니케이션과 문서 작업에 능하다고 말할 정도이니 제 기준에서는 그분은 군무원에 딱 맞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뵙고 10분 정도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속으로는 '굳이 내 조언이 필요하지 않은 분인 거 같은데...'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그렇다고 당사자가까지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에 해당되는 것들을 그분은 모를 뿐이고, 그것들이 제가 멘토로서 말해 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수월하게 조언을 해줄 수 있었고, 그 명확한 답변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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