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남한테 할애할까?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까?
회사를 다닐 때는 식사를 하면서/술을 마시면서/커피를 마시면서, 그 외에도 정말 틈만 나면 회사에 대한 불만, 현재 나 자신에 대해 한탄하기 바빴습니다. 조금의 틈만 나면 쉼 없이 불평/불만/투정/짜증을 토해냈습니다. 일이 많다, 월급이 적다, 다른 회사/누구는 이렇다더라 등등의 너무나도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거고, 사실이고, 현실이고, 지금의 가장 큰 관심사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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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같이 했었고, 공감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회사를 다녔는데, 어느 시점이 되니 내 상황이 지금 그렇고, 연차가 더 높아지면 그 자리에 있던 선임들처럼 나도 될 거라면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같이 한탄할 게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족스럽지 않고 불만이 있으면 남이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내가 바뀌는 게 맞죠. 회사가 내가 원하는 걸 다 해줄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는데 그런 회사를 바라보며 기약 없이 기다리며 내 시간을 남의 일 하면서 할애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물론 누구나 저처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차마 통 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건 바로 그 싫어하는 회사가 주는 월급 때문입니다. 힘들게 일했는데도 남들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받고 있다고 말한 바로 그 돈입니다. 마음에는 들지 않는데 월급을 받는 선택만을 매달 반복하는 거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드는 건 자신이 없으니까...
수동적인 내 삶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는 진부하고 뻔한 그 한탄들에 공감이 갔지만 얼마 안 가서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제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 그만두던가...
누가 억지로 다니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가려고 하면 나갈 수 있고,
그렇게 좋은 곳이 있으면 가면 되는 건데 본인이 계속 회사 다니는 선택을 하면서 왜 이렇게 남들한테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걸까...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얻기 위해 정작 자신은 어떠한 리스크도 지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서 굉장히 큰 이질감? 모순? 같은 걸 느꼈던 거 같습니다. 나는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어서 현상유지를 해야 하니 회사가 그런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음... 회사가 그럴 의무가 있나? 계약서에 써져 있나? 저는 계약서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물론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생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애초에 취업 생각도 없어서 이것저것 하다가 잘 되지 않아서 결국 지인 회사에 낙하산으로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입사를 하면서도 과장이 되기 전에는 퇴사를 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누구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저는 실제로 퇴사를 해서 지금까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냥 내가 회사나 돈에 대한 생각 혹은 계획했던 걸 실제로 했느냐, 못했느냐에 차이인데 이게 가장 큰 차이이고, 갈림길이죠. 못하면 그냥 계속 회사 다니는 겁니다. 그리고 수긍/체념을 하거나 아니면 끊임없이 불평/불만/한탄을 하면서 남이 혹은 회사가 내 상황이나 불만을 해결해주길 계속 바라기만 하거나...
상황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내 삶
최근 2~3년 정도는 개발자한테는 너무나도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현재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상황입니다. 일이 많아서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는 데도 몸값이 올랐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라는 이슈로 출근마저 어려워져서 재택근무가 대안으로 나타났을 때, 여기에 절묘하게 잘 맞는 개발자의 특성상 워라벨마저도 좋아졌습니다. 심지어 저는 퇴사를 한 상태였는데도 개발자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었습니다. 퇴사를 한지는 5년이 되었고, 처음 3년 정도는 굉장히 어려웠는데 최근 2년 사이에 퇴사한 전직 개발자라는 제 상황 덕분에 모두 보상받고도 남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안정이 되어서 계속해서 사업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정도는 되었습니다.
'개발자 출신이어서 다행이다'
'퇴사해서 사업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 최근 2년 동안 가장 많이 든 생각입니다. 나 자신을 위해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최근 개발자들한테 좋았던 시절에도 저는 남의 일로만 치부하면서 술 마시며 동료들과 한탄만 하고 있었겠죠... 이런 제 생각이 좀 더 확신이 든 순간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갔다가 함께 일하던 지인들을 만나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그렇게 개발자들한테도 유리하던 시기가 있었고, 현재까지도 어느 정도는 유효한 상태인데도 계속 같은 회사에 있던 지인들의 불만은 지금까지도 변한 게 없었습니다. 당연히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는 태도도 마찬가지이고요. 누구나 현재의 결과와 상황에는 모두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다만 그런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 불평/불만을 들어주지 않은 회사의 잘못일까요, 바뀌지 않은 내 잘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