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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Dec 27. 2022

돈이 있어야 일하고 싶은 사람과 일도 할 수 있지

함께 일하자고 제안할 수 없는 사업자

저와 같이 영세하고, 특출 나지 않은 개인 사업자는 직원 한 명 고용하는 것도 엄청난 고뇌와 고민, 좌절의 연속입니다. 자격도 없으면서 무조건 노동청에 신고부터 하는 철없는 알바생들, 오래 일하지 않으려고 하는 젊은 세대, 치솟는 인건비 등등 고용을 하지 않아도 힘들고, 고용을 해도 발생하는 혹은 발생할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가 직원 한 명 고용할 정도의 여력이 안 됩니다. 열심히 하고, 좋은 인력은 세상에 많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눈높이를 제가 맞춰 줄 수가 없으니까요. 회사의 크기, 비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돈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회사가 작아도, 비전이 없어도 돈만 많이 주면 오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테니까요.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582842


개발 회사로 취업 전부터 알고 지냈고, 취업을 한 이후에도 계속 저에게 컨설팅 겸 수업을 받고 있는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알게 된 기간만 곧 2년이 됩니다. 저의 나이와 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을 하기 전 혹은 갓 취업을 한 친구들을 이렇게 오랜 시간 정기적으로 만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멘토링/컨설팅이라는 특수한 목적 덕분에 2년 가까이 이분을 매주 만나왔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굉장히 밝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할애해서라도 회사 일을 배울 정도로 열심히 하는 친구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의 열정, 그리고 밝음으로 인해 저도 하나라도 더 열심히 조언해주다 보니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온 걸 겁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이분과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저와 동등한 입장에서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제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최소한 그 사람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런 상황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이 분도 마침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런 것처럼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삶을 동경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도 마찬가지였었고, 6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사업을 하며 원했던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물론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평생 퇴사를 바라는 직장인의 생활이 아닌 거에 대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만이 없습니다. 그만큼 실제로 퇴사를 하고, 또 퇴사 이후에 재입사를 하지 않고 삶을 유지한다는 건 결정도 어렵고, 실천도 어렵고, 성공도 어렵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이런 삶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니 어쩌면 저분한테 내가 컨설팅이나 수업 이외에도 퇴사나 사업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과 함께 그분과 함께 일을 해보고 싶어진 겁니다. 당연히 제가 원한다고 그 일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도 의지가 있어야 되고, 현실도 고려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그분한테 제안을 할 수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돈만 충분하면 "그냥 와! 내가 연봉 맞춰줄게!" 이럴 수 있겠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죠...ㅋㅋ

당장 퇴사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저처럼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으며, 회사 다니면서 긴 호흡으로 퇴사/사업 준비하라고 말해주는 것도 너무 기약이 없어 보입니다. 그분은 제가 아니니까요. 

 

고민.. 고민.. 고민..

하지만 결국 저번 주에 그분의 현실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제안을 했습니다. 관심 있는 눈으로 제안을 들어주고, 질문도 저에게 하더라고요. 알아온 시간이 있고, 저에 대한 배려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날은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저에게 먼저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다음 날 좋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현실적인 걸 맞춰줄 수 없으니

당신은 직장 생활은 병행하면서

긴 호흡으로 나와 함께 작은 것부터 해보자.


도중에 더 큰 회사로 간다고 하면 내가 잡지는 않겠다

(정확하게는 잡을 수가 없는 거지만)


일이 계획대로 혹은 계획하지 않은 대로라도

만약 잘 된다면 어느 시점에서 당신은 결정을 해라

(계속 직장 생활을 할 건지,

퇴사를 하고 나와 사업을 할 건지...)


그전까지는 실질적인 건 내가 하겠다

당신은 일회성의 일, 

당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 해라

그때는 당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영향이 갈 수도 있다

그건 당신이 알아서 조절해야 된다.


금전적인 건 공평하게 나눌 거고,

금전적인 리스크는 내가 질 거다.



솔직히 시작도 못해보거나 시작부터 일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뭐 바로 이분이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사업하면서 항상 감수하는 것이니 고민거리도 안 됩니다. 그저 이 분이 정말로 해보고 싶다는 게 느껴져서 감사할 뿐이고, 단조롭고 스트레스만 받는 일상에서 오래간만에 새로운 자극제를 찾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 자극제가 있어야 또 반년, 1년을 열심히 일할 수가 있더라고요. 최소 6개월, 계획대로라면 3년 정도, 바라옵건대 그 이상을 정신없이 이분과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분과 별문제 없이 시너지를 내며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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