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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Oct 21. 2022

사업하고 5년 만에 소소한 일탈...

원래 이렇게 살려고 퇴사했던 건데...

퇴사하고 사업을 시작했었죠... 당연히 꽤 긴 시간을 고생했고, 어떻게 어떻게 조금은 자리를 잡았을 때쯤... 출근을 하지 않고, 개인 사무실 혹은 동네 카페에서 일을 해도 괜찮아졌을 때쯤... 종종 블로그에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고 있다, 나름의 성공이다... 이런 뉘앙스의 글들을 몇 번 썼었습니다.


관련 글 : 

조금씩 디지털노마드형태의 삶에 접근하고 있는 일상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돈 버는 데 지장 없는 삶


여전히 유효한 내용의 글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퇴사하고 지금까지, 기간으로는 5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그냥 일만 했다는 겁니다. 직장인으로서 일만 하든, 내 사업으로 일만 하든 결국 똑같이 일만 한 겁니다. 물론 출퇴근이 없어진 것과 남의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감이 큰 건 사실이지만 활동 반경이나 인맥, 활발함/활동성 등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됐고, 그러다 보니 삶 자체가 그냥 확실하게 팍팍해졌습니다. 분명 이러지 않으려고 퇴사를 했던 건데 전혀 그러질 않고 있었습니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냥 일만 했습니다. 그게 익숙했고, 편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학교 선배가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템플스테이를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얼핏 들어는 봤지만 정확하게 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저의 극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과는 무조건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분명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콜'을 외쳤습니다. 매일 하던 일을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계속 이렇게 사는 게 답은 아니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고 바로 템플스테이 예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노트북을 챙겨가는 것까지는 제 스스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템플스테이 일정은 포항의 보경사에서 토요일과 일요일로 잡혀 있었는데 포항까지 가는 교통편이 애매했던 겁니다. 토요일 KTX는 오전 시간은 모두 매진이었고, 새벽 5시/6시 편은 노숙을 해야만 탑승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외버스를 타자니 포항까지 편도로만 6시간이 걸리는 걸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선택한다고 해도 템플스테이의 첫날 일정에 대부분 참여도 할 수 없을 거라 애초에 시외버스는 선택지가 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5시나 6시 KTX를 타야만 했는데... 이 나이에 지인 집에서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고, 당연히 노숙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24시간 카페나 찜질방을 찾아봤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마땅한 곳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511041


갑자기 즉흥적으로 계획을 잡고 바로 가려고 하니 상황이 이런 건 당연한 거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남들도 다 가려는 주말에 똑같이 나도 가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남들이 안 가거나 못 갈 때 내가 가면 되는 거고, 그 대부분의 남들과는 달리 저는 직장인이 아니고,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업자입니다.



템플스테이 일정은 토요일부터이지만 저는 금요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생각했던 토요일보다 더 촉박한 일정이지만 KTX는 예약이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대부분의 분들은 금요일에는 출근을 해야 되니까! 그래서 노숙을 하지도 않고, 편안히 집에서 자다가 아침에 서울역에 가서 KTX를 타고 금요일 오전 10시에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포항을 돌아다니고, 잠깐 카페에 가서 일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지금은 24시간 찜질방에 있습니다. 찜질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겁니다 ㅋㅋㅋ 

오늘의 콘셉트는 포항에서 산책하다가 포항에서 일하기...!! 그리고 본격적인 일정은 내일 하는 거죠. 아침에 여유 있게, 그리고 빠르게 목적지에 와서 토요일에 왔으면 방문하지 못했을 곳에 가서 좋은 거 보고, 좋은 것도 먹고... 그리고 내일도 여유롭게 일어나서 잠깐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눈호강 좀 하다가 학교 선배와 합류해서 보경사에서 1박 2일 머물며 힐링하고 오면 되겠죠. 그리고 어차피 멀리까지 온 거 템플스테이가 끝나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하루 이틀 정도 좀 더 돌아다닐까 합니다. 지방으로 이사 가서 한참을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다른 경치 좋은 곳에 가볼 수도 있겠죠. 언제 또 이렇게 시간 내서 올지 알 수 없는데 한 번 날 잡았을 때 확 해버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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