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soceo Dec 04. 2022

축구 선수라는 직장인과 개인 사업자

지금 내가 다른 직장인 응원할 때가 아니지...

오늘은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입니다. 우루과이, 가나에 이어 많은 분들이 TV나 컴퓨터, 스크린을 보면서 가슴을 졸였을 겁니다. 어떤 경로로든 경기를 봤다면 저도 아마 재미있어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월드컵이 저한테는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볼 여유가 없네요. 재미라는 게 현실보다 앞설 수가 없고, 축구선수들이 자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굳이 제 시간과 돈을 들여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축구선수라는 직장인들이 저에게 표를 주거나 수고비, 교통비, 알바비를 주는 것도 아닌데 내 일을 접고 남의 일 잘되라고 응원해줄 단 하나의 이유도 떠오르는 게 없고, 그들이 잘 된다고 내 인생,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더 그럴 수가 없네요.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549485


남들 응원해주면서 재미나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을 그렇게나 열정적으로 지켜봐 줄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축구라는 게 제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이제는 좋아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제게 중요한 건 제 사업이고, 제일 재미있고 보람 있는 것도 제 사업 안에서 일을 하는 겁니다. 결국 제 사업입니다. 제 사업 안에서는 제가 시간을 들이고, 돈을 들이고, 노력을 하면 소소하지만 어떠한 결과가 돌아오는 게 있습니다. 물론 실패라는 결과가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실패에서도 저에게 뭔가 남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월드컵은 잠깐의 스릴과 짜릿함, 그리고 허무함, 지독한 현실이 남을 뿐입니다. 축구 국가 대표님이 월드컵 우승을 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제 입장에서는 제가 해야 할 거 다 하고, 제때 자고 다음 날 일정에 문제없이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화장실이나 이동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경기 결과만 살짝 보면 그만인 일입니다. 과정이 어떻고, 결과가 어떻고, 뭐가 의심스럽고, 행운이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저기에서 말들을 하는데 저와는 어떠한 접점도 없는 남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봤는데 연말이니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서 일/사업이라는 스트레스에 잠깐이나마 거리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밤 12시에 경기를 하기 때문에 하루 일도 다 끝났을 시점이고, 요즘에는 불면증에 걸려서 새벽 3~4시에 잠들기 때문에 딱히 제 일정이나 일에는 지장이 없을 거 같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을 2:1로 이기는 걸 보고 자고 일어나서 차질 없이 오늘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을 상대를 한 대한민국의 경기 중에서 승리한 경기만 골라서 봤으니 일적으로 제가 할 건 다 하면서 제일 재미있는 경기를 봤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네요! 다음 경기는 브라질과의 경기인데 상대가 브라질을 이라는 걸 떠나서 경기 시각이 새벽 4시이니 이건 볼 수가 없겠네요. 그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경기 결과만 보고 평소처럼 제가 할 걸 하게 되겠네요. 


 한국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를 했고 그 결과로 16강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니 한국 선수들은 모두 인당 1억 원의 포상금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잘 된 일입니다. 돈과 명예, 미래를 얻게 된 셈이니까요. 하지만 이 추운 날 광화문에서 응원을 하고, 자비로 카타르까지 가고, 저처럼 새벽까지 경기를 본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얻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그게 현실입니다. 축구를 보며, 술과 안주를 사서 먹었다면 이제 그것들을 다 치우고 버려야 되고, 승리에 감격스러워서 하이라이트를 보고, 술을 더 마셨다면 그 다음날 숙취나 피곤함을 다스려야 되고, 어쩌면 주말이나 다음 주 일정에도 약간의 영향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TV나 뉴스 기사를 보며 어제의 여운을 떠올리며 그럴려니 하겠죠.


어차피 불면증으로 늦게 잤을 겁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상황에서 평소대로 다음 날 일정을 하려니 많이 피곤하네요. 그래도 억지로 꾸역꾸역 최대한 아직까지는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나 내 일이 아니다 보니 축구 우승에 대한 즐거움과 감동은 1분이 다르게 무뎌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내 사업에 대한 현실감은 이미 축구 승리 이전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결국 남는 건 내 상황과 처지일 뿐입니다. 내가 응원해 줬던 축구 선수들이 나를 도와주거나 응원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몰랐던 사실도 아니고, 그래서 축구 경기도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겁니다. 연말/연초/친구라는 이유로 20년 만에 시합 한 경기 전체를 보고 나서 다른 직장인들을 응원해주는 것에 대한 부질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에는 미련이 있지만 취업에는 관심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