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포기하고, 직장인처럼 일을 하네...
회사에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겸직을 못 하게 한다,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 한 가지 일을 제대로 하고 싶다 등 여러 이유를 대면서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과 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투잡/쓰리잡을 넘어 N잡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결국 상황이 아니라 사람의 성향과 결정에 의해 갈리는 겁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답은 없고,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습니다. 그저 선택과 결과가 있을 뿐입니다.
가장 안정적이고, 무난한 결정은 회사를 다니는 겁니다.
내가 좀 더 부지런하고 욕심이 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좀만 노력한다면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이 지속되면 한 번쯤은 퇴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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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각자가 다른 어떤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분명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해보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개인의 다양한 성향과 결정만큼이나 그 이후의 과정과 결과도 모두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그 결과만 보면 성공과 실패로 나눠볼 수는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알아서 잘할 거고, 누가 걱정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해도 그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요. 저도 그런 성공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더 할 말도 없습니다. 제가 평가하고, 더 말할 게 있었다면 저도 지금보다 더 성공해 있었겠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저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실패의 전형적인 패턴에 대해 말하는 정도입니다.
[책임/리스크를 회피한다]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어떠한 리스크도 감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투자라는 이름의 어떠한 지출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9개가 확실하더라도, 1개가 불확실하면 확실한 9개는 가볍게 무시해 버립니다. 지출(투자)은 미비한데 결과는 창대하길 원합니다.
사업을 할 거라고 거짓말을 한 건가?
누가 떠먹여 주길 바라나?
사업이 아니라 로또를 하겠다는 건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과 직원으로서 회사에서 일할 때 주는 월급의 차이를 모르는 거 같습니다...
[계획에 휘둘린다]
돌발변수가 발생하거나 상황이 바뀌어도 그저 꿋꿋하게 계획대로만 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모든 상황을 고려한 마스터플랜만을 고집합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안되면 불안해하거나 멘탈이 나갑니다. 혹은 고집스럽게 완벽한 계획만을 추구하다가 그렇게 좋아하는 계획만 세우다 아무것도 못 해보고 취업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좋은 경험했다고 자기 합리화합니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 계획대로만 되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겁니다. 아니면 운이 정말 좋거나...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준비 없이는 어떠한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계획 없이 하는 일은 무의미하기 때문일까요?
계획 없이 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설마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전체 일정 중의 상당 부분을 계획하는 데 할애하고, 일은 시작도 못하는 걸 보면서 혹은 그렇게 강조하던 계획이 완료되었는데도 정작 그 계획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계획이라는 거에 과하게 몰입하고, 자원을 기꺼이 혹은 당연하게 퍼붓는 건지 너무너무 궁금했습니다.
[하던 방식으로만 일한다]
상황은 퇴사한 사업자인데 일하는 방식은 직장인입니다. 권위자의 허락을 갈구하고, 명료한 제안서와 예산안을 요청합니다. 결정을 회피하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바위처럼 굳건한 자신만의 결정이 이미 내려져 있어서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결정을 자신의 입으로는 말하지 않고, 누군가 자신이 생각한 걸 말해줄 때까지 다른 의견이나 상황들은 철저하게 반대하고 심지어 듣지도 않고, 고려조차도 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고, 나서서 하려고도 않습니다. 아니 그런데 무슨 사업을 한다는 거지...? 그냥 회사 다니지...
정말 징글징글할 정도로 본인이 제일 오래 해왔던 직장인의 방식과 생각으로만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자신보다 경험이 많거나 연륜 있는 사람 혹은 권위 있는 집단에 동의가 있어야만 그제야 좀 사업을 할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회의, 문서작성, 더 좋은 대안, 검증 등 탁상공론을 반복하면서 저 사람이 지금 사업을 하는 사람인지 직장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 줍니다.
[다시 직장인으로]
위의 모습들을 보인 사람들이 결국 다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깜짝 놀라지도 않습니다. 아! 가끔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재취업을 해서 깜짝 놀라는 경우는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사업은 어렵다고 말을 하거나 좋은 수업 하나 들은 셈 치겠다고 말을 할 겁니다. 정작 그 사람들은 사업을 해본 적도 없는데 말이죠... 퇴사해서 월급 안 받고, 직장인처럼 일하는 게 사업은 아니니까요...
용감한 결단을 내리고, 퇴사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들은 사업을 하면서도 그들이 그렇게 싫어했던 직장인의 방식만을 추구했습니다.
문서를 원했고,
지시를 원했고,
회의를 원했고,
절차를 원했고,
정작 결정과 리스크, 그리고 자신의 일은 피하기 바빴습니다.
월급을 포기하고 회사를 나가서, 내 돈으로 회사에 있을 때처럼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경험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몇 개원 만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