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AI 기술 잘 사용하기에도 바쁘다
대략 6개월 전까지는 개발자 몸값이 어쩌고, 취업이 저쩌고 하는 이야기로 IT 관련 기사가 도배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AI 관련된 소식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역대급 충격이었고, 이제는 정말 기술이 갈 때까지 갔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렸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크게 와닿는 게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최근에는 MS의 ChatGPT가 이 판에 기름을 부었고, 그 후부터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과 투자자, 창업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실시간으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쏟아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엄청난 비용을 할애했고, 또 지금도 실시간으로 엄청난 비용을 태우면서 MS와 오픈 AI에서 출시한 ChatGPT, 코파일럿 등의 서비스들을 대체하거나 혹은 더 뛰어난 기술들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출시되고 있는 지경입니다. 그러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MS가 곤란하다고... 이런 기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1780825?e=24774593
기업의 명운을 걸고 수많은 CEO들 간에 혈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그 덕분에 저와 같은 사용자는 엄청난 기술들을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내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좀 더 효율적인 작업/운영/경영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 그리고 개발 툴에서 코드를 생성해 주는 Copilot이 출시되었을 때에도 바로 유료 결제를 해서 사용을 했습니다.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속도도 느려서 실망이 조금 더 컸지만 결제한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랬던 것처럼 저도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해보다가 곧 식상해져서 거의 사용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OpenAI의 ChatGPT도 처음에는 엄청난 속도로 사용자가 늘어났지만 최근에는 그 기세가 많이 죽었죠.
최근에 개발 작업할 일이 생겨서 조금이라도 일의 효율성을 개선해 보고자 다시 Copilot과 ChatGPT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결제를 해놓았기 때문에 아직은 유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오!!
예상은 했고, 너무나도 당연한 거지만 처음 사용할 때보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결과 나오는 속도도 빨라진 거 같고, 결과 자체의 퀄리티도 전보다 더 좋아진 거 같았습니다. 한창 진행 중이었던 개발 작업에 확실히 도움이 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작업이 된 상태에서 막히거나 고민하기 귀찮은 시점에 Copilot이나 ChatGPT가 제안해 주는 코드는 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해주겠지?
아 이거 귀찮은데 해주지 않을까?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회사에서 신입한테 적당히 힌트를 주다가 '이 정도면 답변을 할 수 있겠지?' 혹은 '해야 되는데...'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했던 시점에 ChatGPT나 Copilot한테 질문을 하면 신입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높은 정확도로 멋지게 답을 해주더라고요!! 심지어 대부분의 신입과는 달리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까지 제안을 해줍니다. 그 내용 중에는 제가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무시하고 계속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서야 필요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은 경우도 있습니다. 또 막혀서 질문을 하려고 하니 그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미리 해줬었던 겁니다.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굳이 입 밖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처음이었을 리 없다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해 내거나 고민하는 내용이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먼저 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어떤 경로로든 사례가 있고, 해결책이 있고, 같은 생각을 한 사람도 있으며, 그걸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거죠. 내가 하는 모든 생각, 결정, 판단, 고민, 예측이 내가 최초일 리 없고, 나보다 앞서서 똑같이 생각/결정/판단/고민/예측한 사람이 있는 걸 넘어서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거죠. 사업적으로 '이거 괜찮은데?!' 싶은 것도 이미 어느 조그마한 동네, 혹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은 온라인 마트에서 혹은 노점상에서 아니면 다른 나라에 누가 이미 하고 있고, 이미 장악하고 있는 Player들도 있을 겁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내 아이디어가 사업적으로 매력이 없는 게 아닌지를 고민해 봐야 될 겁니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잘 찾아서 잘 활용하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회사 생활을 했었고, 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대부분 그렇게 해결하면서 일을 해올 수 있었고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는 AI 기술들이 이 모든 걸 다 대답을 해주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그 알고 있는 지식들은 결국 그 질문을 먼저 가졌던 사람들 중에 인터넷에 질문과 함께 해결책을 올려놓은 사람들의 글을 보고 학습한 결과이죠. AI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생각/방식으로 하는 질문을 기술로써 이해를 해서 기술로 그 질문에 대한 답과 관련된 것들을 빠르게 찾아 조합해서 확률적으로 질문자가 원하는 답이 될 확률이 높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이 과정 자체가 현실화되었다는 거 자체가 정말 대단한 거지만 그 답변의 기반이 되는 지식 자체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제가 신입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 생각했던 '내가 못 찾아서 그렇지 내가 필요한 건 세상 어딘가에 모두 있다',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모두 어딘가에 존재하고 그 방법을 잘 찾아서 잘 사용만 하면 된다'라는 것들이 현실화가 된 겁니다. 그럼 제 입장에서는 그러려니 하면서 계속 이 기술들을 잘 사용하면 되는 건데 며칠 전에는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 소름이 돋았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내가 사업적으로 하려고 하는 건 이미 누군가한테는 진작의 생각과 고민을 끝내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겠구나... 어떻게 보면 이미 그런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 낸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게 마음 편하고, 또 어떤 관점에서는 순리이고, 진리이고, 현실적인 선택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뭐 모르던 사실도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뭘 하든 그 판에는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거대 집단(기업)이 있다" 그래서 "누가 있어서, 혹은 어느 회사에서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세상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남한테 혹은 스스로한테 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필요로 하는 걸,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내용까지 포함해서, 심지어 빠르게까지 알려주는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잠깐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었던 거 같습니다. 분명 편리하고 좋은데 한 편으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약간의 찝찝함...
어쩔 수 없는 장점
메타에서 내놓은 라마2가 오픈 AI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면서도 뒤떨어지지 않은 결과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MS나 구글에서도 긴장하고 있고, 많은 개발자들이 AI를 함에 있어서 라마2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ChatGPT와 Copilot을 유료로 사용하면서 감탄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저도 라마2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비용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실질적인 활용과 사업에 사용함에 있어서 그게 더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ChatGPT와 Copliot의 운영/개발 주체인 MS와 OpenAI 그리고 또 다른 경쟁 기업인 Google은 AI 기술 자체를 폐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Meta는 라마2를 오픈소스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라마2가 훨씬 더 유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결국 큰 회사 밑에 종속되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고,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회사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안되고, 그들이 무료에 가깝게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도 못한 상황입니다. 어쩌다가 운 좋게 내가 세계 최초로 무언가를 기획하고,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빅 테크 기업의 기술들을 사용하면서 작업을 하면 결국 머지않아 타인도 곧 제 것을 알게 되고, 활용하게 될 겁니다. 종속의 길을 끊임없이 가게 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개인의 입장에서도 기업과 상대해 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시간적/공간적 제약도 무너뜨릴 수 있는 등 너무나도 달콤한 매력들이 넘쳐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익숙해서 의심할 생각을 못 하기도 합니다. 저는 현실적인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오히려 너무 잘 활용을 못하고 있어서 문제이고, 그래서 뒤처지고 있습니다. 그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의 제가 되길 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