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회사마다 전문 분야라는 게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회사는 그 전문 분야에서 돈을 벌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비 전문 분야에서도 뭔가를 해야만 할 겁니다. 사람이 살고, 그런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떤 하나만 해서 될 게 아니니까요. 인사, 경영, 개발, 운영, 세금 등 회사의 대표와 직원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걸 원해서 퇴사를 하고 창업을 한다 한들 시간의 문제이지 결국 비슷한 상황이 될 겁니다.
어떤 것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미숙하고, 비효율적이고, 말도 안 되게 처리되는 일들이 정말 많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면서 조직에 문화/시스템/체계 따위가 있다 없다... 이런 식으로 말들을 합니다. 모르고 서툴지만 어떻게든 해야 하다 보니 스스로 잘못됐다고 인지를 하면서도 하는 과정들... 즉, 체계나 시스템 없이 중구난방 혹은 언 발에 오즘 누는 형태로 일을 하는 겁니다. 문화/시스템/체계가 조직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행착오와 업력, 투자 등이 있어야 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그런 과정을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의 회사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그냥 하는 겁니다. 과정이 어떻든 되면 되는 거니 되게만 하는 겁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 속한 사람들은 고생을 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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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들을 보거나 직접 겪은 당사자들은 회사를 비난합니다.
왜 이렇게 일을 하라고 할까?
왜 바꾸지 않을까?
회사/대표만 모르고 다 안다
회사의 관점이야 어떻든 직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결정하니까요.
회사 혹은 직원이 맞다/틀리다를 말하려는 건 아니니 그냥 두 그룹은 거의 모든 관점에서 다르다고만 말하고 끝내겠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회사만 체계가 없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체계가 없다고 회사를 비난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체계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업력이 적어서 많은 부분에서 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처럼 경력이 적거나 경력이 많아도 그냥 일을 못하는 직원들도 비효율적으로 일을 합니다. 물론 조직이 체계가 없어서 직원들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건 회사의 전문 분야나 돈이 되는 일을 할 때에나 해당이 되는 말이고, 직장인이 아니어도 해야 되거나 알아야 하는 기본적이거나 상식적인 것에서의 결점까지 회사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대화, 고객 응대, 하다못해 용어의 사용이나 기본적인 맞춤법, 근태, 협업 등 경력이 아니라 인성이나 기본 소양에 해당되는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뭐 회사 들어가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된다고들 말하는데 그 가르쳐야 되는 것들을 빼고서라도 개인으로서 많이 부족한 것들에 대해서 회사의 대표가 말하려고 한다면 직원이 회사를 욕하는 것만큼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돈을 주는 쪽보다 돈을 받는 쪽이 수적으로 더 우세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쪽수"덕분에 개인의 체계 없음보다는 회사의 체계 없음이 더 부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소한 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소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마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일 거라는 점에서 맞는 말도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결정하니까요. 회사의 대표 입장이 되어서도 사소하다고 말하면서 그냥 넘길 수 있을까요? 그 사소한 것도 못하는 사람한테 매월 수백만 원씩 돈을 주면서 많은 이해관계가 걸리고,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일을 맡겨야 되는데? 적어도 저는 절대 사소하다고 말하면서 넘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표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그냥 넘어갑니다. 내성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대안이 없어서일 수도 있으며, 대표보다는 직원들이 더 다수이기 때문에 다수결의 논리로 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직원이 실수하고 부족하면, 경력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거니 당연한 거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말해주지만 회사의 부족함에는 철저하게 비난과 무관심으로만 대응하고, 회사가 체계가 없으니 나를 위해서라도 체계가 제대로 잡힌 더 큰 회사를 가야겠다는 목표만 더 확실해집니다.
자신의 커리어, 연봉, 가치를 위해 더 큰 조직으로 가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비난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리로 당장은 삽질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조직을 꾸려 나가는 회사의 현 상황이나 결정도 비난받아서는 안됩니다. 자신한테는 관대하고, 남한테는 엄한 전형적인 모습이 대부분의 회사에서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네임 밸류를 내 가치로 생각을 하지만 나의 자질이 회사의 평판이나 가치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잘하지 않습니다. 이것 또한 직원의 쪽수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 직원들 중에 하나이니 내가 좀 부족하거나 대충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거고, 다른 직원들에 의해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가 커버될 거라는 거죠. 자신들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경영진을 시기하거나 욕하지만 정작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는 경영진/회사가 책임질 거라고 말하면서 회사를 다닙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갈 수도 없는 회사와 자신이 현재 속한 회사를 비교하면서 회사의 부족함만 탓하면서 그 부족함을 숨겨 버립니다. 나의 부족함은 직장인으로서 당연한 거고 앞으로 잘하면 되는 거지만 내가 지금 속한 회사의 부족함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회사가 학교가 아니라는 말은 그저 회사 경영진이 하는 말일 뿐인 거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사람도 내가 속한 조직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