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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Jun 11. 2016

메모하는 습관

기억을 못해서 메모를???

군대 가서 생긴 좋은 습관 딱 하나 : 메모

지금으로 8~9년 전? 군대를 가게 되었고, 군대 가기 전 날 학교 선배가 이 것 저 것 사주더라고요... 그중에 하나가 수첩이었습니다. 여자 선배였는데 그 선배의 남자친구도 군대에 보냈고, 많은 남자 선배들을 군대에 보낸 경험이 있는지라 이제 군대 가는 저보다 뭐가 필요한지 더 알았던 거지요~ 하여튼 그때 선배가 사 준 수첩은 군대 생활 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뭔가를 가득히 기록을 했고, 현재까지도 소중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골랐다면 이렇게 깜찍한 디자인을 고르진 않았겠죠 ㅎㅎ

운 좋게도 군대 생활을 하면서 개인 시간도 엄청나게 많이 가질 수 있었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가끔은 그 평온한 시절이 그리울 정도랍니다;;;)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고, 그 모든 것들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생각,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감정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소에서 첫 8주 동안은 소집품을 다 반납해야 됐기 때문에 다시 돌려받기 전까지는 훈련소 수첩에다 기록한 것까지 총 네 개의 수첩을 들고 전역을 했습니다.

조금은 오그라드는 내용도 있는게 사실...

왜 그렇게 메모를 했을까?

저에 경우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지금 한 생각을 나중에 다시 기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떠오른 생각을 다시 기억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바로바로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자신이 했던 생각을 기억해 낼 수 있다면 메모를 하지 않아도 될까요? 사람인 이상 이 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가지도 아니고, 언제 다시 필요할지 모를 내용들을 모두 다 기억하고 있는 건 기계가 아닌 이상은 할 수가 없는 거니깐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그럼 지금 드는 생각이나 알게 된 것들을 왜 명확한 시점도 없는 나중에 다시 기억을 해내려고 메모를 하는 걸까요? 저와 같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거나 또 뭔가를 골똘히 고민을 하다가, 혹은 의식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뭔가 떠올랐을 때...! 이러한 내용들은 그 순간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당장 실천으로 옮길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그것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혹은 있을 수 있는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쌓이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될 수 있으며, 나중에 얼마든지 엄청난 결과로 바뀔 수 있는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군대에서 수첩에 작성한 내용들은 대부분 추억들과 편지, 일기, 그리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전 군대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메모하는 데 할애한 걸까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기록한 대부분의 내용이 감성적이고, 잡담, 또 너무 허무맹랭한 현실성 없는 말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메모 중에 일부 내용이 지금의 제 모습에 영향을 끼친 게 있으며, 현재 진행형인 것들도 있습니다.


레알?


1. 모임

입대 전에 공연하는 학교 동아리에서 선후배들과 너무나도 멋진 추억들을 만들고 왔습니다. 그래서 군입대도 미뤘었지만 군대 자체는 피할 수 없었기에 결국 군대를 갔습니다. 군대에서 다시 전역하면 다시 입대 전처럼 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지 라는 메모를 군대에서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답니다~

결국 그 메모의 내용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전역하고 5~6년 정도 지나고?) 현재 아버지, 어머니 된 선배와 회사 다니고 있는 선후배들까지 해서 제가 바랬던 데로 모임을 하고 있답니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다는 30대에 1년 넘게 모임이 지속되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게 아닐까요? 아 참고로 위와 같은 제 개인 연습실을 가지는 것도 메모에 기록해둔 내용 중에 하나랍니다.



2. 투자

군대에서 정말 많은 재테크, 주식, 부동산 책을 읽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다 소용없구나... 실제로 해보는 게 내 성향이랑 맞겠구나란 결론을 내리고 전역을 하면 실제로 투자를 해보자라는 내용의 메모도 했었습니다.

전에 올렸던 투자용 오피스텔 구매기 라는 글을 올렸었는데 실제로 작년에 제가 오피스텔을 구매한 이야기를 올려놓은 글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주식도 하고 있습니다. 

실제주식거래내역




3. 블로그

혼자 기록만 하던 제 메모 습관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블로그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블로그:공유/소통/사업/마케팅 수단 글에서 작성한 것처럼 회사에 처음 입사 후 어쩌다 블로그에 일적인 내용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이 것을 시작으로 5년 가까이 블로그(http://blog.naver.com/since201109)에 꾸준히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발판 삼아 카페와 brunch에서도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방법에 차이지 뭔가 제 것을 인터넷으로 공유해보자라는 내용으로 메모로 제가 남긴 게 있더라고요 ㅎ 의도하지 않게 메모의 내용이 현실로 되어 있는 또 한 가지가 블로그인 거지요~


이 거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해

하지만 절대 금방 이뤄진 것들이 아니고, 어느 순간 수첩을 보고 다시 기억해내서 해야지! 하고 결정한 것들도 아닙니다. 기억을 하지 못할 거 같아서 수첩에 적어 놓기는 했지만 항상 일부러 기억을 하고 있었고, 매일매일 관련 준비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즉, 항상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현실로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수첩에 적어 놓은 것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인지하는 정도였지만 물론 기억하지 못하다가 수첩에서 읽고 아~ 하면서 기억해낸 것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수첩에 적어 놓았던 내용들이 현실에서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제가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전역을 하고 나니 당장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 앞에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예전에 생각했던 이상적인 계획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희미해져 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머리 속에서는 계속 그러면 안돼라고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애써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취업을 한 후에서야 예전에 계획들을 조금씩 실천했고, 전역 후 4~5년이 지나서야 조금씩 결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뜻 밖의 반전

그런데 실은 이 수첩들은 잊어버렸다가 얼마 전에 다시 되찾았습니다. 그럼 위에서 설명한 메모의 기능들은 말뿐이었던 건가? 아닙니다. 수첩을 잃어버린 후 전 그때부터는 온라인 상에 기록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버노트에 기록한 노트 태그

수첩을 잃어버린 걸 인지하고 최대한 위와 같이 온라인 상에다 기억나는 데로 기록을 다시 해두었고, 그 후에도 꾸준히 메모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기를 한 3~4년이 되었고 위와 같은 주제로 500개가 넘는 메모들이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군대에서 작성했던 메모들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내용들이고, 실제로 실천되고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물론 여전히 말뿐인 내용들도 많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후 운 좋게 수첩을 찾았고, 내용들을 읽어 보면서 어느 정도 실천된 것들이 있어서 나름 뿌듯해했습니다. 


어떤 책에서 매일 보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한 번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그냥 생각만 하고 잊는 것 중에는 정말 엄청난 가치가 있을 수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메모를 통해 그러한 가치들을 모아 두면서 실제로 하나씩 실천을 해가다 보면 현재보다 더 나은 형태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저는 결론을 내린 상태이고 그에 맞춰서 실천을 해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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