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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Dec 22. 2017

어설프게 보고 들은 중학생

[10대-중학생] 

어느 날 하루는 아버지께 저한테 7만원만 투자해 보시라고 설득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7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만드는 액수이지만 중학생이었던 저는 7만원이면 뭔가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리고 지하철 역 지하에서 파는 옷을 네 벌 사와서 팔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디서 보고 들은 거는 있어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깎아 달라고 흥정을 했고, 팔기 위해서는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에 옷을 입고 모델을 해줄 친구의 사이즈로 총 네 가지 색상의 옷을 구매했습니다. 그 당시 유행한 디지털 카메라로 집에서 사진을 찍고, 기본적인 기능만을 이용해서 포토샵 작업을 해서 지마켓에 상품을 올렸지만 당연히 단 한개의 옷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판매자의 페이지에서는 수 십가지의 옷이 사이즈/색상 별로 있고, 사진도 훨씬 퀄리티가 있는데 누가 한 종류의 사이즈와 조잡한 사진만 있는 제 홈페이지에서 옷을 구매하겠습니까? 결국 그 옷은 제가 대학교 갈 때까지 입고 다녔습니다.


또 한 번은 위의 실패를 나름 거울로 삼아 자본금 50만원으로 여자 면바지를 사이즈 별로 도매로 구입하였습니다(생각해 보니 처음 실패 때와는 달리 여러 사이즈로 구매했지만 여전히 색상은 한가지이네요) 패션 스타일도 꽝이고 그 쪽으로는 관심도 없는 중학생이 갑자기 왜 여자 면바지를 팔아보겠다고 한 것일까요? 도매하는 곳을 알아보다가 한 가게에서 바지 한 벌이 5,000원 인 곳을 찾았고, 이건 무조건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인터넷에서 바지 사려고 검색해 보면 보통 2~4만원 하는데 오천원으로 바지를 살 수 있다면 이건 어렵지 않게 팔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겁니다. 가격만 싸면 된다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겁니다. 결과는 저는 한 벌도 팔지 못했고, 그 옷은 아버지가 가지고 가셔서 식당 손님 분들한테 싸게 팔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위의 실패 같지도 않은 실패를 한 후 무언가를 남에게 팔려면 제가 잘 알거나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절대 옷 장사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패션도 꽝인 제가 나한테 옷을 판다는 거 자체가 모순이었고, 그 당시 재정 상황으로는 다양한 사이즈와 색상으로 여러 스타일의 옷을 구매할 수도 없었고, 산다고 해도 보관할 수 없었으며, 이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고 했어도 그 옷들을 입어줄 모델들을 구할 방법도 알지 못했고, 사진을 찍을 수도 편집할 수도 없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준비는 적당히 하고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라 이런 결과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결국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팔아보겠다는 제 의지와는 별개로 중학생 때는 단 하나의 물건도 인터넷으로 팔아본 적이 없습니다. 많은 것을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몇 개 시도해 본 것도 위와 같이 멘땅에 헤딩하듯이 진행한 것들이라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대학생이 되어서야 인터넷으로 물건을 파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옷은 아니었지만 위의 실패를 통해 다짐한 내용 중에 하나를 가볍게 무시해 주는 잘 알지도 못하는 패션 카테고리에 속하는 핸드폰고리였습니다. 이 내용은 뒤에서 천천히 다뤄 보기로 하겠지만 중요한 점은 무개념으로 시작해 보기 좋게 실패한 위의 두 가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험을 통해 배우고 나중에 그 경험들을 발판 삼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말처럼 진부한 표현은 없겠지만 제가 직접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저한테는 이 말만큼 크게 다가오는 표현이 없습니다. 경험이 쌓여야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고, 알지 못했던 길도 볼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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