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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Dec 23. 2017

돈이 궁한 호기심 많은 꼬마

[10대]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할머니께서 저에게 500원씩 주시면 항상 저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통장을 만들게 해서 매주 저금을 하게 했던 거 같은데 백 원짜리 동전으로 저금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저금을 해도 그 당시에는 이자로 오천 원, 만원을 받았었니 이자라는 것으로 이렇게 큰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저는 더 열심히 저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원이 만원이 되고, 만원이 십만 원이 되고, 십만 원이 백만 원이 되고... 너무 어렸으니 무슨 목적을 위해 돈을 모았던 건 아니고 단지 돈이 모이는 그 자체를 재미있어하고,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일찍 돈 맛(?)을 알아버려서인지 돈을 모으고, 나아가 돈을 어떻게 해야 더 잘 벌 수 있을까에 대해서 그때부터 많이 생각을 해보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아직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는데 제가 더 어렸을 때는 어땠을까요? 당연히 더 심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는 어렸을 때는 돈을 모으려고 하기보다는 뭔가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고, 그것들을 해봐야 직성이 풀렸던 거 같습니다. 물론 그것들을 통해 수익까지 발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고, 실제로 수익을 노리고 했던 것들도 있지만 10대 때 제가 했던 것들은 모두 수익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는 다르게 낙담하거나 좌절하지는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말 오래전 일인데 다모임이라는 학교 동창 사이트가 유행하고, 나우누리/하이텔/천리안/유니텔/넷츠고와 같은 PC통신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싸이월드가 있던 것도 아니라 인터넷을 조금 일찍 접하거나 좀 한다 하는 친구들은 메모장이나 나모 웹에디터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던 시대입니다. 저도 개인 홈페이지를 너무 가지고 싶어서 혼자 홈페이지를 만들다가 많은 방문자를 끌어들이고 싶어서 당시에 만연해 있던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통칭 WAREZ라고 불리는 많은 국내/해외 사이트가 있었는데 온갖 유틸리티와 게임들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사이트였습니다. 모뎀을 사용했을 때에는 WAREZ 사이트에서 자료를 받는 건 상상도 못 하였지만 ADSL이 생기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어 인터넷에서 미친 듯이 게임들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WAREZ 사이트에 방문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꼬마가 자기도 자료를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을 하게 된 겁니다. 자료는 인터넷에 널려 있었고, 시간은 넘쳐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결과는 자료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결국 자료는 없고, 다른 WAREZ 사이트에서 링크만 해온 사이트를 운영했었지만 방문자도 얼마 안 되고 디자인도 정말 심하게 별로여서 그렇게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불법이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인터넷에서 최신 자료를 찾아내는 것을 무슨 능력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네요... 여전히 모뎀을 사용하던 시절, 정말 게임은 하고 싶은데 살 돈은 없고, 인터넷은 느리고... 그 당시 초등학생들에게 해결책은 불법복제 CD였습니다. 백업 CD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신기한데 그 당시에는 PC 수리점은 물론 사진관 같은 생뚱맞은 곳에서도 백업 CD라고 부른 불법복제 CD를 팔았습니다. 게임이나 프로그램 리스트가 있고, 그중에 골라서 돈을 내면 공 CD에 수백 메가의 자료를 넣어서 팔았던 겁니다. 지금은 노트북이나 PC로 어렵지 않게 CD Writer 장비로 CD에 자료를 넣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 CD Writer 장비는 꽤나 고가였던 거 같습니다(많이 비싸지 않았더라도 초등학생이 사기에는 버거웠겠죠...) 그렇게 복사한 CD의 한 장 가격이 12,000 ~ 15,000원이었는데 아는 친구가 7,000원에 파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한번 그 친구처럼 팔아보고 싶어서 친구를 귀찮게 해서 파는 곳을 알아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진 않아 인터넷이 빨라지면서 이런 불법복제 CD를 사려는 사람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 당시에 저는 뭘 하든 참 많이 어설프고 부족했던 거 같습니다. 초등학생이니 당연한 거겠죠? 뭘 하든 잘 안 되는 게 정상인데 그걸로 돈까지 벌려고 했었다면 더욱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특출 난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보려고 했던 것도 아닙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따라 하기 바빴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캐치해 내는 능력은 없었던 겁니다. 지금도 그 상황은 마찬가지이지만 차이가 있다면 위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좀 더 신중해지고, 계획이라는 것도 세우고, 될지 안될지를 판단해 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지금은 돈이라는 것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초등학생 때 돈이 있었다면 업체에 맡겨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었거나 웹하드를 구매해서 자료를 올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 CD Writer를 샀었다면 그 당시에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그 초등학생 꼬마도 이런 것들이 아쉬워서 더 돈이라는 것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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