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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Dec 27. 2017

돈이 궁한 호기심 많은 꼬마 #2

[10대]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생활 형편이 그렇게 여유 있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항상 한칸짜리 방에서 살았었고, 부모님께서 전세금을 사기 당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자주 이사를 다녔었고, 한 번은 이사를 한다고 하길래 잔뜩 기대 했었는데 새로 이사간 집도 방이 하나인 걸 알고 크게 실망하기도 했었습니다. 아파트가 아니고 방이 한칸인 집을 부끄럽게 여겨서 친구들을 집에 아예 데려오지도 않았었습니다. 다니던 초등학교가 좀 멀었는데 학교 가는 버스는 아침마다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중고등학생 형들로 가득 차서 타려고 하면 항상 밀려서 버스를 놓치곤 했습니다. (참고로 그 중고등학생들 형이 다닌 학교를 저도 졸업을 하게 됩니다.) 한 번은 버스를 타지 못해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도시락통 던지면서 짜증냈었던 적도 있었고, 또 버스를 타지 못해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비시가 부족해서 기사 아저씨한테 말씀드렸더니 그냥 태워 주셨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생각해 보면 좀 많이 팍팍한 일상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현실적으로 생각하면서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그 어린 아이한테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돈이라는 것을 고려해서 생각한다는 거였습니다. 초등학교 내내 다녔던 피아노 학원의 학원비가 갑자기 오르자 어린 마음에 혼자 고민하다가 결국 학원을 그만 다니기로 했었고, 버스 안타고 걸어서 집에 와서 그 돈으로 군것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할머니와 고모가 함께 생활 하고 계시던 곳에서 살기도 했었는데 같이 학교 가던 친척이 아침마다 고모한테 300원씩 받아 가는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버스 운전을 하시던 아버지가 인천으로 올라와서 식당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당시 아버지는 버스운전 기사의 벌이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셔서 좋아하시던 광주에서의 생활을 접고 인천으로 올라오게 된 겁니다. 식당의 위층이 집이었기 때문에 식당 일이 바쁠 때면 저한테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일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식당 일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혼자 식당 일을 하셨던 날이 있었는데 공부하러 가야 되서 일 도와드리지 못한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우시면서 공부 오늘 하루 안하면 안되겠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때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놀겠다는 것도 아니고 공부 하겠다는 아이한테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그 당시에는 공부하는 것을 벼슬처럼 생각하다보니 이런 철 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 거였지만 그러면서도 그 동안에 어려운 생활이 너무 싫었고, 그런 집이 싫어서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공부 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일하고 계시던 할머니를 더 원망을 했었던 거 같습니다. 집이 너무 싫었고 그 당시의 상황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너무 현실적이어서 지금 집을 나가본들 내 손해이고, 상황만 더 악화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저 참고 공부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생활은 나아졌고,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식당이 자리를 잡으면서 생활도 점점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식당을 운영하신 이후로는 돈 때문에 무엇을 못하거나 돈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남들이 대학 다니는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저는 그런 거 없이 대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집에서 대학교 등록금도 다 내줄 수 있었고, 한번은 유학 갈 생각 없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고 등록금까지 대신 내주시는데 이 이상 뭔가 나한테 돈이 더 드는거 자체를 너무 아깝게 생각해서 모두 싫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과외, 우유배달, 인턴 등 대학교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서 시간 대비 효율이 좋은 일들을 찾아 대학 졸업할 때까지 계속 해왔습니다. 아마도 어렸을 때 기억들과 경험들 때문에 돈이라는 것이 항상 모든 결정에 중심에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은연 중에 대학교를 졸업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를 다님녀 다닐 수록 배우는 것들과 취업을 목적으로 뭔가를 배운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취업을 했을 때 제가 살아갈 모습이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어느 순간 취업 자체를 배제하게 됩니다. 결국 취업하지 않고,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심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실천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알바 모집하는 동네 서점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했었고, 아버지 회사 행사에 가서 행사보다는 경품 추천에만 관심을 가졌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컴퓨터 접했다고 컴퓨터 고쳐주면서 과자 얻어 먹고, 상금 50만원 받겠다고 글짓기 대회에 나가고, 뭔가를 사기보다는 저축만 하던 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기억과 경험들로 인한 것들이고, 이러한 것들이 제가 현재 퇴사를 하고 제 일을 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는거 같습니다.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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