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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 Jun 06. 2021

당신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 되기까지는

안데르센 작 인어공주를 다시 읽으며

처음 인어공주를 접했던 건,

아마 많은 내 또래의 아이들이 취학 전에 그러했듯 월트 디즈니 사의 만화영화를 통해서였어요.


마녀에게서 빼앗긴 목소리와, 그녀에게서 받은 다리를 모두 얻고 결국 사랑하는 자와 함께 하는 해피엔딩이 원작과는 다르단 사실은,

인어공주가 거품으로 변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진짜라는 사실은,

내게 가히 충격이 되었습니다.


다시금 읽게 된 인어공주는

마음 아픈 순애보였습니다.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으로

지금도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볼 때

겪은 마음의 쿵쿵거림이

잠 못 이루던 밤이 느껴졌지요.


왕자는

어릴 적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이가

눈 앞에 말하지 못하는 인어공주라는 사실을,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타는 듯한 아픔을 겪고도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녀의 앞에서,

결혼하기로 한 자신의 신부를 소개하며 이야기합니다.

너는 나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니

내 행복은 필시 네게도 기쁨이 되겠지”


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웃고 있지만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행복은 내게 기쁨이지만,

내가 예정되어 있지 않은 당신의 행복이라니,

축하까지 바라는 이 마음이

너무 밉고 잔인하면서도 아픈데

그만 둘 수가 없습니다.


웃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내 기쁨을 상정했고,

잔인한 그 마음에도 내 마음은 웃을 수밖에요.


심지어 만화 영화와는 다르게,

왕자의 신부는 공주가 보기에도

실제로도 아름답고 순수해 보여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고요.


미워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사람들,

저는 왠지 그림을 그리며

토이의 세 사람, 보아의 옆 사람 노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랑은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하도록

어떤 사람은 묵묵히 주기만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서럽게도 시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의 행복이 필시 내게도 기쁨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이

사랑이 거품처럼 무너져 내리고

그럼에도 거품처럼 다시 솟아나 서성이는지요.


당신의 행복이 내게도 기쁨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켜야 할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르려고 다짐을 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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