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담 Sep 26. 2021

시간이 지나면 알 거라 믿어요

어반자카파 - River


너에게 어른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무 살 그 언저리,

가까스로 누군가의 고백을 밀어내 놓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 내게 향하는지 계속 확인하던 내게, 그 누군가가 남긴 말 한마디.


‘시간이 지나, 더 나이가 들면’이라는 말처럼

불공평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시간을 따라 그 사람의 나이를 따라잡으면

우리에게는 또 그만큼의 거리가 생기는 걸,

“그때 당신의 마음이 이랬었나요?”라고 외칠 때

오히려 그 사람은 기억도 하지 못하거나, “더 나이가 드니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 상관없더라”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


어반자카파의 River (강물) 이란 노래를 들으면,

사랑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연인 중,

보다 어른의 위치인 자가 자청하여,

그 또는 그녀에게 위로일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는 기분이 든다.


사실 이 노래가 마음에 닿았던 것은

꼭 당신이 아니더라도, 더 좋은 누군가라도, 흐르는 강물에 지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평생 흐르는 강물을 붙잡으며 살아갈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그대, 그대도 나를 이해할 순 없죠.”라는 가사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않고 그저 믿어주면 되죠”라는 가사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러 번 듣다 보니

결국은 헤어져야만 하는 연인을 앞에 두고

‘어제도 그대 울 생각에 많이 염려했어요’라는 말이 어찌나 아프게 밟히던지.


더 많이 울게 될 거라며, 계속 만나도 우리는 그대로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알거라 믿는다는 말이

참으로 뼈아픈 위로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정말 이별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이 없는 나의 미래를 생각하라며,

아프고도 예쁜 추억을 만들어 갈 거라며,

지금도 결국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당신이 원하는 건  내가 기쁘고 행복한 것이라고

모든 기억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갖고 있지만,

나에겐 어떤 것도 기억해달라고 하지 않는 당신


글쎄 내 마음이 끝나지 않아서일까,

나의 미래에서 당신을 굳이 지워 넣고는

행복하길 바란다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며,


아마 나는 내 마음이 끝까지 가지 않게 막았던 나를 칭찬하면서도,

그 마음을 예전처럼 계속 확인하려 들 것이고,

언젠가는 사그라들 테지.


정말로 듣고 싶은 말은, 사실 따로 없다.

좋아,

네가 참 좋아,

그냥 그런 말들만을 반복하던 시간에만 멈추고 싶었던 뿐이지,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알 거라는 말들은,

그들의 어른스럽기 자처한 충고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사랑이 다하고 지나고 소멸한 뒤에 애정으로 담기는 이 말에, 어떤 맘을 담아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