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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Dec 31. 2023

연말이면 시계가 고장 난다.

안녕, 2023. 안녕~ 2024

조금 있으면 해가 바뀐다.

오늘 만난 분은 중국에서 오래 살다가 베트남에 오게 된 지 1년쯤 되었다고 했다.

"9월까지는 참 좋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10월부터는 날짜 가는 걸 모르겠어요. 지금이 12월 31일이라는 것도 생각을 붙들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다.

내 몸의 DNA는 사계절을 기억한다. 1년 내내 더운 이곳 호치민에 살고 있지만, 한국의 계절 변화에 따라 몸의 리듬도 달라진다. 아이의 학교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하지만, 여전히 3월이 되면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있다. 유독 몸이 약해서 아빠가 늘 챙겨주시던 한약이 생각나는 걸 보면 가을이 온 걸 느낀다.

하지만 10월이 지나가면서는 몸의 생체 리듬이 망가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추워져야 하는데 몸이 추위를 느끼지 못하니 생체 시계가 고장 나는 듯하다. 그렇게 14년째 생체 시계는 호치민의 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14년째 고장나 있다.


오늘이 12월 31일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각인시키며 연말을 보낸다. 물론 회사에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는 한 해가 가는 아쉬움보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에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이 더 좋기도 하다.


어쨌든 몇 시간만 더 지나면 베트남 생활 15년 차가 된다. 감히 생각도 못했던 시간이다.


오늘은 12월 31일이다...

오늘은 12월 31일이다...

오늘은 12월 31일...


내일은 새해다...

내일은 2024년이다.

내일은 1월 1일이다.


뭐가 달라지지?

크게 달라지는 것 없겠지만, 그냥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고, 조금 더 많은 글을 썼으면 좋겠다.

올해보다는 덜 아등바등하며 살기를.

누가 뭐래도 찬란하게 반짝거렸던 나의 2023년.

더욱 눈부시게 찬란할 나의, 우리의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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