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호찌민의 라떼맛집.
지인을 만나기로 한 아침.
“우리 아파트에 베트남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거기서 볼까요? “
비 오는 아침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고서 지인과 커피를 기다렸다. 베트남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지만, 아메리카노도 있고, 라떼도 있고, 드립커피도 있다.
커피맛을 잘 모르지만 커피 취향은 확실하다. 열에 아홉은 아메리카노다. 라떼는 대체로 텁텁해서 안 마시고, 단 커피는 달아서 싫다. 그러니 달리 선택지는 없다. 가끔 마시는 카푸치노는 좋아한다.
아무튼 특별한 시그니처 커피 메뉴를 파는 곳을 제외하고는 고민 없이 아메리카노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도 탄맛이 강하거나 군고구마맛이 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커피 맛) 커피 맛을 모른다지만 취향은 꽤나 까탈스럽다. (‘까다롭다’는 말은 왠지 커피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쓰는 고급 어휘이고, 나는 잘 모르면서 가리니 ‘까탈스럽다‘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린다.)
“이 집은 라떼가 더 맛있는데.”
커피를 사주려고 했다는 지인을 기다릴만한 참을성 없이 내 멋대로 주문하고 나니 라떼가 더 낫단다.
문득 베트남산 원두로는 라떼가 더 맛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 원두를 사용한 커피는 대체로 진하기도 진하고 신맛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뜨거운 물을 많이 부어서 연하게 마신다. 그래도 뭔가 많이 아쉬워서 국내 여행 갈 때는 카누 커피를 꼭 챙겨간다.
그런데 베트남 로컬 커피숍의 시그니처 메뉴는 대체로 라떼다. 베트남 원두의 진하고 신맛을 우유가 잘 잡아주는지도 모르겠다.
종종 가는 집은 생크림을 넣은 아이스 라떼가 맛있다. 생크림을 넣어 우유 풍미가 진하고, 텁텁하지 않아서 좋다.
또 한 집은 아몬드 슬라이스를 듬뿍 올린 아이스라떼가 시그니처다. 고소한 아몬드와 달콤 짭조름한 크림이 맛있다. 역시 텁텁하지 않다. 몇 모금 빨면 금세 다 마시는 게 흠이랄까.
그런데 두 집 모두 아메리카노는 맛이 없다. 베트남식 블랙커피에 물만 더 넣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베트남은 카페스다라고 하는 아이스 연유 커피가 유명한 나라이기도하니, 어느 정도는 일리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해 본다.
카페스다. 카페-커피 / 스-우유 / 다-얼음. 아이스우유커피.
커피알못이지만 내멋대로 베트남 커피는 라떼가 좀 더 맛있다는 결론이다. 틀렸다 해도 괜찮다. 이 두 집의 라떼는 정말 맛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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