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잘 쉬고, 잘 먹기
[나홀로 비움 프로젝트 53일 차의 이야기]
홍삼을 먹지 말라고 했다.
콜라겐 영양제도 먹지 말라고 했다.
석류처럼 여성 호르몬에 좋은 건 다 먹지 말라고 했다.
이게 다 지난여름, 한국에 갔을 때 병원에서 들은 말이다. 약이나 치료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니 식이 조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에 억울함이 먼저 밀려왔다. 몸이 불편했던 원인을 알게 된 건 다행이지만, 그동안 신경 써서 챙겨 먹은 것들이 되려 내 몸에 해가 됐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홍삼은 특유의 맛 좋아하지 않아서 정말 피곤한 날,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만 먹었을 뿐이다.
석류도, 연어도, '가끔'이었고, 영양제는 깜빡하고 빠뜨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조금마저도 내 몸엔 과했던 모양이다. 몸에 좋은 걸 먹으며 건강해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알고모니 내 몸의 다른 곳만 튼튼하게 키우고 있었던 셈이다. 어쩐지 아무리 챙겨 먹어도 몸이 더 좋아지지 않더라니.
그래서, 다 끊었다.
홍삼도, 석류도, 콜라겐도. 좋다고 믿었던 것들을 내려놓은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증은 줄었고, 몸도 예전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 곧 다시 한국에 간다. 병원에서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면 못 먹고 참았던 지난 1년이 덜 아쉬울 것 같다.
지난 1년을 보내며 좋다고 해서 무조건 먹는 것보다는 내 몸과 마음에 맞는 것을 남기고, 맞지 않는 건 과감하게 내려놓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집을 비우는 건 정신 건강을 위한 정리였고, 건강식품을 비우는 건 내 몸을 위한 정리여다.
사실 그동안 나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버텨야 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했다. 피곤하면 비타민과 커피로 버텼고, 무기력은 무언가를 ‘더’ 하면 결국 이겨낼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나였다. 그래서 이제는 '덜 하고', '덜 먹고’ 그렇게 지내보려고 한다.
잘 자고, 잘 쉬고, 잘 먹기.
사실 이게 영양제 챙겨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