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여유 한 스푼 추가

호치민에서 멋진 뷰를 보고 싶다면

by 정은

처음 와서 살기 시작한 16년 전과 지금의 호치민시 스카이라인은 완전히 달라졌다. 낮고 낮던 호치민이라는 도시에 빌딩들이 쑥쑥 자라나 어느새 빌딩 숲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국내 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는 전망대보다는 전망대 아래에 있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 가는 편이다. 비슷한 비용에 멋진 풍경과 함께 식사나 티타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다녀온 곳 역시 전망대 못지않게 멋진 장소였다. 호치민 중심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28층에 위치한 호텔 로비에서는 벤탄 시장과 7군 방향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로비 왼편에 자리한 레스토랑에서는 사이공 강과 내가 살고 있는 동네까지 탁 트인 시야로 조망할 수 있다. 호치민시 전체가 눈앞에 담기는 느낌이다.


호텔 28층에 있는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는 점심은 비쌀까?

샐러드, 메인 요리, 디저트, 커피까지 포함된 런치 세트 메뉴가 부가세 포함해도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멋진 뷰와 분위기를 생각하면, 단연코 매력적인 금액이다. 음식도 꽤 만족스럽다.


오늘 아침의 나는 아침 7시에 아이를 등교시키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일에 매달려 있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시간에 쫓겨가며 일하는 내 모습에 울고 싶었다. 여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버겁게 느껴졌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었다.


사실, 점심 약속도 취소하고 싶었다. 그런데 일을 끝내고 달려간 그 한 끼의 여유는,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단지 나에게 필요한 건 작은 여유였다. 이 도시를 바라보며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맛있는 식사와 가벼운 수다, 그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충분했다.

만약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돌아왔더라면, 어땠을까.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고, 눕는 대신 또 일했겠지. 그럼에도 ‘쉼’이라고 믿으며 나를 다그쳤을 것이다.


오늘의 비움은 욕심을 덜어낸 선택이었다.
높은 곳에서 가볍게 내려다본 일상처럼,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가끔, 누군가 불러주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야겠다.

삶이 주는 작은 여유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Sedona Suite Ho Chi Minh City(세도나 스위트 호치민시티)
-28층 The Straits
-주소 : 67 Lê Lợi, Bến Nghé, Quận 1, Hồ Chí Minh

https://www.sedonavietnam.com/



KakaoTalk_20250701_003842120.jpg 28층이라는 높이는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내가 다녔던 곳들을 친근하게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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