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의 의미
남편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남편은 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고기 뷔페에 갔던 날, 잡채를 담아 온 남편이 말했다.
"여기 잡채 맛있네."
그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도 남편은 모른다.
내가 잡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잡채가 왜 싫으냐고?
싫어하는 건 아니고, 좋아하지 않는 거다.
딱히 이유는 없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 잡채는 '그냥' 이유 없이 먹고 싶지 않은 음식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왜 싫어하냐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어? 엄마 잡채 싫어해?
이상하네.
엄마는 잡채를 좋아하게 생겼는데...
잡채를 안 먹는 나에게 잡채를 권하는 남편에게 섭섭했는데, 아이의 한 마디에 웃고 말았다.
"잡채를 좋아하는 얼굴이 따로 있어? 그건 어떻게 생긴 얼굴이야?"
"음... 엄마처럼 생긴 얼굴. 잡채 엄청 좋아하게 생겼어."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잡채 좋아하게 생겼다는 거니?"
"몰라. 그냥 느낌이 그래."
지금도 아이는 TV에서든 어디서든 잡채만 보이면 말한다.
"우리 엄마는 진짜 잡채 좋아하게 생겼는데."
오랜 시간 함께 살아도 서로를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 아는 것 같다가도 모르는 게 더 많다.
사실 나도 남편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그래서 서로 가끔은 섭섭하고, 또 웃기기도 하다.
잡채를 좋아하게 생겼다는 말처럼, 나도 가족을, 누군가를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진 않을까.
오늘은 그 ‘기준’을 조금 비워본다.
그래야 진짜 그 사람을 다시 바라볼 수 있으니까.
아무튼 궁금하긴 궁금하다.
잡채를 좋아하는 얼굴이 무엇인지.
내가, 잡채를 좋아할 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