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자.
베트남에 살면서 원치 않아도 느는 건 요리 실력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류 문화도 많고, 한국 식당도 많지만 늘 밖에서 사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입맛의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 직접 해 먹는 게 더 좋은 때도 있다. 하지만 타고난 재주가 없으니 해 먹는 요리에는 한계가 있다.
며칠 전, 아팠다며 고생했다며 지인 분께서 집으로 불러 갈비탕을 해주셨다. 갈비탕은 집에서 해먹을 엄두도 나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마트에 가서 직접 소갈비10킬로를 사다가 손질하고, 두 시간 동안 끓이면서 계속 기름을 걷어내면서 만드셨다는 정성 그 이상으로 맛있는 갈비탕이었다. 파는 듬뿍 넣어야 맛있다면서 한가득 썰어주셨고, 직접 담근 김치도 꺼내 주셨다.
갈비탕에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고, 매콤한 간장 양념장으로 갈비탕 국물에 간을 해서 먹는 것도 색다르고 맛있었다. 고기 위에 양념장을 올려서 먹는 게 얼마나 맛있던지. 특별한 양념장 비법이 있나 궁금해서 물어봐도 똑같다.
"특별할 게 뭐 있나. 그냥 간장 넣고, 파랑 마늘 넣고 매콤하라고 고추 좀 넣었어."
하지만 넣으라는 재료 다 넣고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지 않는 건 그분의 특별한 손맛 덕분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 동안 갈비탕 한 그릇의 여운이 남았다. 한 그릇이라기엔 곱빼기에 곱빼기 같은 푸짐한 한 상이 고마웠고, 맛있었던 만큼이나 따뜻한 마음과 이야기 가득한 시간도 좋았다. 늘 식욕이 없다고 하는 나였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많이 먹었다. 갈비탕은 물론이고, 주시는 과일도 다 먹었다. 배 부르다고 하면서도 옆에서 까 주시는 견과류까지 다 받아먹었다.
외로운 해외 생활에 친정 엄마처럼 챙겨주시는 분이 있는 건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다. 결혼과 동시에 베트남에서 살게 된 딸이 밥은 제대로 먹고살까 싶어 걱정하던 우리 엄마는 딸이 사는 모습을 보러 베트남에 오셨다가, 주변에서 살림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의 딸을 챙겨주는 고마운 분들을 보고 안심된다고 하셨다. 그 후로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엄마는 나의 베트남 생활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신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싶게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베트남 생활은 그리 외롭지 않다. 학교 친구 관계로 지난 1년 동안 힘든 학교 생활을 보낸 아이에게 어느 책에서 읽었던(또는 강의를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 주변에 열 명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봐. 그중에서 2명은 내가 무엇을 해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고, 반대로 두 명은 내가 무엇을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래. 그리고 4명 정도는 내가 무엇을 해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고, 그리고 2명은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이라더라. 그러면 누구에게 집중하는 게 좋을까?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내게 호감을 가져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며 관계를 회복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나 또한 그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관계에서 힘을 빼고 살아가니 사는 게 조금은 편해졌다. 덕분에 갈비탕을 해주시는 지인의 마음에 더 큰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뒤늦게 깨달은 관계의 진리를, 내 아이는 조금 더 일찍 깨달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도, 아이도 인간 관계의 욕심을 내려놓고 비우기를 기대해 본다. 사춘기에게 당장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 한 학년이 끝나니 새 학년은 새롭게 시작해보길, 갈비탕 한 그릇의 힘으로 응원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갈비탕 한 그릇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