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49일] 틀려도 괜찮아

서커스 공연 관람

by 정은

베트남에 살고 있지만, 아이는 프랑스 학교에 다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니기 시작해서 지금 벌써 중학교 2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즌이 됐다. 프랑스 학교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해서 7월 첫 주면 학년이 끝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수없이 고민하며 아이를 지켜본 끝에 선택한 학교가 바로 지금의 프랑스 학교다. 나는 프랑스어를 모르니 학업을 도와줄 수도 없고, 학교 시스템을 모르다 보니 잔소리도 할 수 없다. 아이는 ‘엄마가 학교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이 본인에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아직 잘 모르는 듯하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학교 생활도 학업도 아이에게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다. 얼마 전처럼 학업과 친구 관계로 어려워하면 그저 응원하고, 격려하고, 더 친밀하게 지내주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학교 선택을 잘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이도 아직은 잘 모르는 듯하다. 이번 학년에는 더더욱 그런 듯하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하이라이트 행사는 학년 말에 있다. 예체능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매 학년 말이면 서커스 공연을 한다. 서커스 공연팀이 학교에 다녀가는 게 아니라, 방과 후 서커스 클럽에서 활동하는 중고등 학생들이 1년 동안 연습해서 공연하는 서커스다. 서커스는 체육선생님이 담당하고, 음악은 음악선생님, 무대 디자인은 미술 선생님이 하신다.

서커스를 발표하는 학교라니!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 프랑스 다운 학교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1시간 40분 정도 펼쳐지는 서커스는 매년 6월 말 3일 동안 학부모들을 초대한다. 아크로바틱도 있고, 공중그네도 타고, 폴 댄스도 있다. 커다란 공을 굴리며 공 위에서 걸어 다니기도 하고, 드럼통을 타고 달리기도 한다. 서커스의 기본인 접시도 돌리고, 저글링도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진짜 서커스다.

우리 집 아이는 공연에서 합창단원으로 함께 한다. 운동에는 영 소실도 관심도 없는 듯하다. 공연에 사용되는 음악 대부분은 합창단의 라이브로 진행된다. 음악선생님이 직접 반주를 하신다. 같이 동작을 맞추면서 서커스의 일원이 되어 함께 공연한다. 폴댄스나 리본 또는 줄에 매달리는 퍼포먼스를 할 때는 체육 선생님과 남학생들이 무대 뒤에서 밧줄을 당기고 풀어가며 안전도 책임진다. 모두가 한 몸이 되어 공연을 만들어가는 게 멋있었다.


단순히 서커스 퍼포먼스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 서커스쇼라고 해야 하나?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자연스럽게 온갖 재주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다가 앞에 폴대가 있으니 타고 올라가 책을 보면서 폴 댄스를 하고, 엄마 몰래 간식을 먹던 아이들이 도망 다니면서 어마어마하게 덤블링을 하기도 한다. "체스 한 판 둘까?" 하는 대사 한 마디에 흰색과 검은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와서는 아크로바틱 공연을 펼친다.

이야기의 흐름은 잘 모르지만, 몰라도 재미있다.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공연하는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실수를 해도 어느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줄에 달린 공을 양손으로 쌍절곤처럼 돌리는 퍼포먼스를 하던 중 줄이 꼬여버린 학생이 있었다. 엉킨 줄이 풀리지 않는 걸 알게 된 그 학생은 한 번 씩 웃더니 그냥 한 손으로 공을 돌리면서 마무리했다. 커다란 요요를 던지다가 실수로 날아가도 아이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점프가 모자라도 천연덕스럽게 완벽한 착지자세를 보여줬다. 실수해도 멈추지 않고, 웃으며 이어가니 어디가 실수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엄마는 어떤 게 제일 재미있었어?"

"다 재미있었는데, 실수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진짜 멋있더라.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쳐 주신 거야?"

"어. 선생님이 하다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그냥 즐기라고 했어."


선생님의 가르침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아이들은 잘하고 싶어서 진지하고 긴장하기도 했지만, 틀렸다고 울상이 되거나 멈추지 않았다. 옆에서 틀렸다고 불편해하는 아이도 없었다.


"엄마, 한국 선생님이랑 하는 합창단은 틀리면 안 된다고 하는데, 학교 합창단이랑 서커스는 틀려도 괜찮다고 마음대로 하래. 많이 다르지?"


이곳에 있는 한인 합창단 활동도 하고 있는 딸아이는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고 했다. 물론 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연습하고, 공부를 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아직은 즐겁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어떤가. 어제도 수업하다가 시무룩해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얘들아, 선생님 앞에서는 많이 실수하고 틀려도 돼. 그러면 선생님이 너희가 실수하는 걸 잡아주고, 모르는 걸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어. 그러니까 선생님 앞에서 틀리는 걸 속상해하지 마. 그 대신, 잘 이해해서 학교에서 시험 보거나 수행평가할 때는 틀리지 않는 거야. 알겠지?"


이렇게만 말해줘도 아이들은 마음이 편해진다. 틀리는 것에 대한 속상함도 줄어든다.

서커스 공연을 하며 진심으로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마음을 더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말해 본다. "실수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아이들에게도 말해줘야겠다. 우리 집 녀석에게도 수시로 얘기해 줘야겠다.

"틀려도 괜찮아. 그렇다고 만날 들리지는 말고!!!!"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나 : 호치민에서 이런 공연은 또 못 볼 것 같아.
아이 : 그치? 진짜 잘하지?
나 : 이런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돈 주고 사려면 티켓 값 비쌀걸?
아이 : 엄마, 이거 엄청 비싼 공연이야. 나 1년 학비 내고 보는 거잖아.
나 : 정말 비싼 공연이었구나!
KakaoTalk_20250626_230256796_16.jpg
KakaoTalk_20250626_230256796_15.jpg


매거진의 이전글[47일] 정리의 한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