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작심삼일이 뭔데?

by 정은

'비움'이란 무엇일까.

비움 프로젝트 3일 차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 철학적인 경지에 도달했을 리도 없고, 비움의 경험치가 쌓였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만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왜 버리는 걸까?" 그냥 평소 습관처럼 살아도 될 텐데 왜 굳이 프로젝트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버리기를 노력하고 있을까. 아마 앞으로도 이 질문을 계속할 것 같다. 그리고 매번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버리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늘의 생각은 그렇다. 나의 지난 찌질의 역사를 지우고 싶었고, 나의 욕심을 버리고 싶었고, 걱정과 불안을 버리고 싶었다. 물건은 죄가 없지만, 내가 짊어진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물건들과 함께 그것들을 버리고 싶어서였다고.


비움프로젝트? 그게 뭔데?

소소하게 시작한 '비움 프로젝트'지만, 동지가 생겼다. 혼자서는 귀찮기도 하고, 막연하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친구는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일단 하루라도 먼저 시작한 나를 따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집에 있는 나무젓가락을 버렸다고 한다. 나에게도 친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생각이 있어야 비로소 실천이 따른다. 생각하지 않으면 시작도 없다. 나는 지금, 비움을 통해 삶의 작은 진리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아이의 방학 일정까지 겹쳐 바쁜 하루였지만, 틈을 내어 거실 서랍장을 정리했다. 그 안에는 ‘언젠가는’이라는 핑계로 넣어두었던 물건들이 가득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팝잇 장난감은 본래의 역할을 잃은 채 컵 받침이나 이것저것 받침용으로 전전하다, 결국 여러 서랍 속에 흩어져 있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도 있었다. 아까운 내 돈! 하지만 어쩌랴. 과감하게 비우기로 했다.'언젠가는'이라는 구실로 넣어두었던 물건들이다. 한 때 열풍처럼 유행했던 팝잇 장난감은 쓸모를 다한 채, 컵 받침이 되기도 하고, 이런저런 받침의 용도로 전전하다가 여기저기 서랍에 들어 있었다. 심지어 포장도 안 뜯은 새 상품도 있었다. 아까운 내 돈! 하지만 어쩌랴. 과감히 비우기로 했다. 그리고 10년 전에 사서 지난 5년 동안 사용해 본 적 없는 보조배터리와도 오늘에서야 질척이는 이별을 했다.


나는 책에 있는 띠지를 책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두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는 책을 사면 제일 먼저 띠지부터 버렸다. 그동안 그 띠지가 소중하고 아까워서 서랍에 모아두었었다. 그것도 쌓이다 보니 꽤 큰 부피를 차지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전히 아깝지만, 버리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보관만 했을 뿐, 꺼내 보거나 다시 끼우지는 않았다. 그러니 여기까지다. 안녕. 안녕. 안녕.


비우기를 하면서, 공간 정리도 함께 했다. 물건을 비우는 일과 공간을 정리하는 일은 별개가 아니다. 비움과 정리는 언제나 함께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팬트리처럼 쓰고 있는 현관 신발장 윗 선반에 대충 넣어두었던 화장품과 소품들을 차곡차곡 상자에 정리해서 넣었다. 신발장의 절반은 원래 용도인 신발 보관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집안 소모품들을 정리해 넣는 공간으로 나누니 훨씬 효율적이다. 집 안의 어수선함도 줄어든 듯하다.

조만간 신발장 전체를 비워 더 많은 물건들을 정리할 생각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불금, 불타게 바쁜 금요일이니까.


[3일 차 버린 물건]
-끝까지 쓰고 싶었던 거의 다 쓰고 방치된 2년 넘은 파운데이션과 샘플
-오래전 선물로 받았던 울라프 전등
-팝잇 장난감(앞으로도 몇 번은 더 찾아서 버릴 것 같다.)
-10년 된 보조배터리
-책 띠지
-한 번도 쓴 적 없는 미니 집게들
-아이가 예전에 쓰던 휴대폰 케이스(최근에 휴대폰을 바꾸었는데도 버리지 못함)
-불편한 조개빗
-지난 몇 년 동안 눈길 한 번 안 주었던 몇 가지 소품들
-캡 모자 2개(의료 봉사 기부 물품으로 갈 예정)

*어제 고민했던 요리용 나무젓가락은 쓸 때마다 불편할 것 같아서 버렸다. 여분의 요리용 나무젓가락 하나가 더 있어서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을 쟁여놓았던 것인지.
KakaoTalk_20250510_001721557_02.jpg 3일 차
신발장 겸 팬트리. 언젠가 오픈해서 보여줄 날이 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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