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옷 정리하는 날

시행착오

by 정은

오전부터 수업이 있는 토요일 아침. 분명히 알람을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늦잠을 잤다. 요즘 열정이 과했던 탓인지, 아니면 어제 찜질방에 다녀와서 노곤해진 몸 때문인지 알람도, 메시지도 못 들었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늦잠 덕분에 묵은 피로가 풀리기도 한다.

하아- 그렇다고 나를 위로해 본다.


바쁜 하루였지만 오늘도 정리는 잊지 않았다. 거실 한쪽에 조금씩 모아 두었던 아이의 작아진 옷들을 A 동생과 B 동생에게 줄 것, 그리고 현지 봉사활동에 기부할 것으로 나누었다. 일 년 내내 여름인 호치민에서 필수품처럼 가지고 있는 수영복도 몇 벌 정리했다. 정리하는 김에 신발장에서도 안 신는 신발, 더운 날씨에 삭아버린 신발들을 꺼내 시원하게 비워냈다.


가장 오래 고민한 건 양말이었다. "구멍이 날 때까지 신어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대로 계속 두었지만, 보풀도 심하고, 더러워진 양말이 꽤 많았다. 그래도 구멍은 안 났으니 계속 신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생겼다. 멀쩡한 것을 버리는 것에 대한 묘한 죄책감도 있었다. 혼자 결정할 수 없을 때는 함께 하면 된다. 대부분 아이의 양말이라 같이 정리를 하다보니 스무 켤레쯤 버려졌다. 그리고 새 양말을 꺼내 양말 서랍에 넣었다. 수납장이 또 여유로워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물건을 버릴 때마다 같은 종류의 새 물건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수건도, 양말도, 심지어 요리용 젓가락까지. 이걸 '준비성'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소유에 대한 집착'이라고 불러야 할까. 정리를 하다 보니 내 소비에 계획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꿔야 할 습관이 하나 더 눈에 들어왔다.


실수도 있었다. 아이가 합창단 무용 연습할 때 신던 작아진 발레 슈즈를 쓰레기봉투에 넣었다가 한 소리 들었다. "이번에도 신었단 말야. 그리고 작아지면 합창단 다른 동생에게 주면 된다고!" 최근 1년 사이 들고 가는 걸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른 가족의 물건을 정리할 때는 꼭 물어보고 확인해야겠다. 사람마다 '소중한 것'과 '필요한 것'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시행착오가 생겼다. 하지만 어느 일이든 왜 시행착오가 없겠는가. 그렇게 위로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4일 만에 '비움 프로젝트'에도 규칙이 하나 생겼다. '다른 식구의 물건을 버릴 때는 반드시 본인에게 확인하라. 절대로 몰래 버리지 말라.' 자칫하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시작한 비움이 가정의 불화로 번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4일 차 버린 것]
-아이의 작아진 옷 15벌 정도
-낡거나 삭아버린 아이의 신발 4켤레
-보풀 가득하고 낡은 양말, 2년 이상 신지 않은 양말 20개 정도
-옷장에 넣어두고 잊고 지낸 옷장 제습제
-결혼식 때 신었던 버선(앗! 혹시나 신어보니 너무 불편하더라)
-화초 영양제(화초 없이 지낸 지 3년 이상 되었고, 있는지도 몰랐음.)
-귀엽다고 버리지 못한 여러 캐릭터 부품들

[100일 비움 프로젝트 규칙]
1. 다른 식구의 물건을 버릴 때는 반드시 본인에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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