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차] 드디어 책을 정리한다

비움의 장점 발견 중

by 정은

"엄마, 우리 집엔 만화책이 없잖아. 있어도 한 권씩밖에 없고. 근데 교회엔 파워바이블(성경 만화책)이 다 있더라. 그래서 다 읽었어"

이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정해졌다. 책은 교회에 보내기로.

책이 귀한 호치민에서 아이들이 와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취미처럼 만화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정리하는 김에 이제는 읽지 않는 외국 책들도 정리했다. 그렇게 꽉 차 있던 아이의 책장과 내 책장이 한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집안에 바라만 봐도 기분 좋은 공간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서랍을 열 때마다 절반쯤 비어있는 공간을 보면 흐뭇하고, 잘 정리된 신발장을 봐도 기분이 좋다. 이제는 책장까지 여유로워져서 설레기까지 한다. 캠핑장에 불멍이 있다면, 우리 집은 책장멍, 서랍멍, 수납장멍이다.


월요일마다 아이 학교엔 수영 수업이 있다. 수영 수업에는 수영모가 필수다. 없으면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다. 욕실에서 나올 때 습관처럼(그래봐야 열흘) 정리할 게 없나 둘러보다가 아이의 수영모와 물안경이 든 지퍼백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생색냈다.

"요즘 엄마가 정리 중인 거 알지? 아무거나 버리는 게 아냐. 이렇게 필요한 걸 찾게 되는 거라고."

"엄마, 고마워!!!!!"


며칠 전엔 아이가 갖고 싶어 하던 카드놀이용 카드를 신발장 팬트리에서 찾았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카드를 가지고 와서 놀기도 한다면서 자기도 사겠다고 온 동네 편의점을 다 뒤져도 못 구한 카드가 집에서 나온 것이다.

"거봐, 엄마가 정리를 하니까 좋지?"

"엄마 사랑해!!!!!"


이렇게 식구들에게 정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중이다.


[12일 차 버린 것]
-낱권으로 있던 만화책 여러 권
-영어 동화책, 외국 동화책
-과월호 어린이 잡지
-안 쓰는 보드게임
KakaoTalk_20250518_231923419.jpg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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