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주워오지 않기
11일 전 이야기.
문득, 평소에 관심 없던 정리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됐다. 자극적인 제목도 아니었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때마침 한동안 읽다 만 책을 다시 보던 중이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유튜브 속 말과 책 속 문장이 들어왔다.
"하루에 하나씩만 버려보세요."
"가만히 있기만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평소의 나였다면 '그렇구나, 누군가는 실천하겠지' 하고 흘려들었을 그 말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최근 들어 가장 큰 고민은 에너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중학생 아이를 챙기다 보면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매일이 새로운 날이지만, 그 안의 바쁨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바꾸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길 힘이 없었다.
마음의 문제일까? 아니면 시간 관리의 문제일까? 여러 번의 질문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체력 부족'이었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일상을 감당하기엔 너무 부족했다. 하루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탈진 상태였고, 몸의 근력이 없으니 마음의 근력도 함께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 정리되지 않은 풍경만 봐도 괜히 화가 났다. 남은 에너지를 청소나 정리에 쓰고 싶지 않았다.
짜증이 늘고, 무력감에 빠지는 날도 있었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딱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었다. 몸은 무기력하고, 머릿속은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11일이 지난 지금의 나는 조금은 달라졌다. 그날의 작은 결심으로 바뀌는 중이다. 아직 모든 날이 활기차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삶을 바꾸는 건 큰 결심이 아니다. 지치지 않도록 나를 아끼는 작은 실행이다.
어제의 PT 수업으로 온몸이 뻐근한 오늘.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마음의 근력을 만들기 위해 몸의 근력을 만드는 중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쓰는 중이다. 나는 변하는 중이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 응원 또 응원한다.
그리고, 이미 돈도 내서 돌려받을 수 없다고!!!
[11일 차 버린 것]
물건은 버리지 못했다.
대신 걱정을 버렸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주워 담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오늘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