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습관 바꾸기
저녁을 먹고 집 근처 쇼핑몰에 가니 세일이 한창이었다. 사야 할 것은 모서리 보호대 하나였지만, 결국 여기저기 쇼핑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돈을 쓸 생각으로 나가도 살 게 없었는데, 이곳도 그 사이 많이 발전해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곳들이 생겨났다.
6개월 전, 호치민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내가 사는 아파트는 초역세권이 되었고, 한산하던 아파트 단지 옆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특히 이 역은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로 소문나 젊은이들의 명소가 되었다.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있는 쇼핑몰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다. 인기 없는 매장들은 사라지고, 새 식당과 오락시설이 들어섰다. 게임존이 생기고, 기존의 아이스링크 자리는 3단계 나선형 레이싱 트랙을 갖춘 고카트 체험장으로 바뀌었다. 더운 나라에 아이스링크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실내 고카트장이 들어선 것도 꽤 놀라웠다. 주말이면 실제 알파카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동물 키즈카페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자연에 있어야 할 알파카가 쇼핑몰 5층 실내에 갇혀 햇빛도 못 보고, 탁한 공기 속에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용품을 파는 매장도 생겼는데, 한 번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오기 어렵다. 평소에는 필요하지 않던 물건도 이곳에만 오면 꼭 있어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하나씩 사다 보면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괜히 샀다 싶은 물건도 있었다.
비움 프로젝트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운동 삼아 쇼핑몰을 돌다 보면 무언가를 사게 됐다. "맞다, 이거 필요했지!", "이제 바꿀 때가 됐어!", "이게 있으면 더 편리하겠는데?" 같은 충동구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비움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런 소비 습관은 많이 줄었다. 집 안에 여유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걸 느끼면서, 새로 들이는 물건도 신중해졌다.
입지 않는 옷을 열 벌 넘게 정리한 남편은 새 옷을 두 벌 샀다. 10개를 비우고 2개를 채웠으니, 비움의 원칙에 맞는 성공적인 소비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청바지가 작아졌다며 새 바지를 사고 싶어 했는데, 키가 크고 있다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사주었다.
나는 오래된 비누받침대를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두 개 샀다. 예전 같으면 세일 상품을 여러 개 사서 서랍에 쌓아뒀겠지만, 지금은 당장 필요한 것만 고른다. 이 결정 하나에도 살까 말까 한참 고민하긴 했지만, 나도 많이 달라졌다.
비움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일이 아니었다. 낡은 수건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오래된 반찬통을 정리하는 것처럼, 익숙함에 묻혀 지나쳤던 부분을 새롭게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위생과 건강을 챙기고, 바쁘다는 이유로 놓치고 있던 집안 구석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집안을 꾸미겠다고 욕심을 내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새로 사는 일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지 고르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그렇게 선택하고 채워가는 집은 점점 더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