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를 줄이는 물건의 순환
베트남은 아직 분리수거가 자리 잡지 못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분리수거가 시행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그래도 쇼핑몰에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이 구분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 마신 일회용 컵을 버릴 때도 이것저것 섞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통 앞에서 이 통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내 지정된 구역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지만, 베트남 아파트들은 대부분 각 층마다 쓰레기 배출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일반 쓰레기통과 재활용 쓰레기통이 나란히 놓여 있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두 번씩 수거해 간다. 문제는, 내가 신경 써서 분리해서 버려도 결국 한데 섞여 수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애써 나눠서 버린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구 환경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나만의 기준이 있기는 하다.
-정말 버리는 쓰레기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누군가 가져가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컵, 반찬통 등)
-고물상에 팔면 돈이 되는 물건
이렇게 나눠서 쓸만한 물건을 쓰레기장 한쪽에 따로 두면 누군가 가져간다. 여기서도 종이, 캔, 페트병은 재활용 센터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분리해서 모아둔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유리병은 그냥 일반 쓰레기에 버릴 수밖에 없다. 마음 한편이 늘 불편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다.
옷은 계절마다 정리해서 의료 봉사팀에 기증한다. 다음 주에도 의료 봉사를 간다고 해서 오늘은 가족 모두 옷장 정리를 했다. 남편은 옷을, 아이는 장난감을, 나는 그동안 모아 두었던 소소한 물건들을 꺼냈다.
내일은, 그 물건들이 나가는 날이다. 현관 한쪽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던 물건들이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잘 가라, 필요한 사람 꼭 만나기를.
그렇게 물건이 순환되는 일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덜 낭비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