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차] 버리고 버리고

마음도 버리고 싶은 날

by 정은

매일 버린 것을 기록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방향이 달라진다.

비움 프로젝트가 끝나는 100일째가 되면,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오늘은 가장 손이 닿지 않는 옷장 위 수납장에 넣어두었던 묵은 물건들을 꺼냈다.

언젠가 한국에 가져가서 고쳐 올 생각에 5년 넘게 버리지 못하고 잊고 지낸 침구 청소기.

그리고 10년 넘게 모아 온 각종 충전기 줄과 케이블,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선들이 가득 담긴 상자.

그 줄과 선들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제는 무엇에 쓰는지조차 모르겠다.


오늘도 내가 버린 건 물건이 아니라, 내 안에 남아 있던 어떤 마음이었다.

미련이든, 불안이든, 지나간 시간이든 말이다.

그러니까 ‘비움’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세워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는 말에 며칠째 부동산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심란한 마음을 물건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게 다 이삿짐을 줄이는 길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하지만, 결심하면 쉽게 버릴 수 있는 물건과 달리, 마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다.


타국살이의 어려움.

그리고 집 없는 설움, 마음이 어려운 하루다.

마음도 정리가 필요하다.


KakaoTalk_20250602_235053673.jpg 하필, 비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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