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차로 여는 아침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침의 시작은 늘 따뜻한 커피 한 잔이었다. '따뜻한 걸 마시면 마음도 따뜻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고는, 아침에는 꼭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시간이라, 이왕이면 기계로 내린 커피보다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드립커피를 준비하게 된다. 가끔은 직접 원두를 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드립백에 담긴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부어 간편하게 마신다. 나름의 경건한 의식 같은 아침 커피는 '오늘 하루, 짜증 내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기도와도 같았다.
그렇게 언제나 커피로 시작하던 아침이었지만, 요즘은 따뜻한 '차'로 하루를 연다. 얼마 전 지인에게 고산차를 선물 받았는데, 주신 마음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손이 갔다.
녹차는 익숙하지만, 고산차는 처음이었다. 대만이 주요 산지인 고산차는 약간의 발효가 된 우롱차 계열로, 그 때문인지 쌉싸름한 녹차보다 맛이 훨씬 부드럽고 향도 깊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마른 찻잎이 나뭇잎처럼 활짝 피어나는 모습은 매일 봐도 여전히 신기하다. 마치 산에서 갓 따온 나뭇잎을 직접 우려내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침에 차를 마시다 보면 마음에 경건함과 온유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몇 년 후에는 커피를 완전히 끊어볼까 생각 중인데, 이렇게 아침 커피를 차로 바꾼 건 어쩌면 커피와 작별하는 준비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차를 소개해준 지인에게도 새삼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예전에는 선물을 받으면 필요에 따라 바로 사용하거나, 당장 쓰지 않으면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쓰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가능한 한 선물을 바로 쓰려고 한다. 선물의 의미가 흐려지기 전에,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다.
작년에는 과분할 만큼 많은 선물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따뜻했던 그 마음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망설임 없이 하나하나 꺼내어 사용했다. 주신 분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쓰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우리 집에 손님이 올 때 그 사람이 준 선물이 있다면,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둔다. 만날 일이 있으면 받은 선물을 일부러 들고나간다. 그리고 잘 쓰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예전의 이런 게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선물에는 물건뿐 아니라 그걸 고르기까지 고민한 시간과 받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의 수고가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 내가 준 선물을 잘 쓰고 있다고 말해주면, 정말 고맙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신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잘 사용하는 게 진짜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그리고 선물을 바로 사용하는 일은 집에 물건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정리의 한 방법이기도 한다. 의미 있는 것을 망설임 없이 쓰는 삶, 그것 또한 '비움'이다.
나에게도 정리의 기술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