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 대신 감사일기를 쓴다
오늘 아침, 드디어 세탁세제를 다 써서 마트에 다녀왔다. 빨래를 넣고 세탁기 전원을 켜려다 세제가 다 떨어졌다는 걸 알았다. 아침부터 마트에 다녀와야 했지만,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만족감이 더 컸다. 미리미리 쟁여놓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동안은 혹시 몰라서, 나중에 필요할까 봐, 습관처럼 사두었던 것들이었다. 세제를 다 써서 새로 사는 일, 우유 하나만 사러 갔다가 진짜로 그것만 사 오는 일이 이렇게 뿌듯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필요한 것들을 제 때에 사기 시작하니 생활비 지출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후로 '포기한 것'은 아직은 없다. 열심히 비우고 있고, 정리하고 있다. 집은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상태를 유지 중이다. 다만, 아이와 함께 하기로 했던 줄넘기는 마음먹은 먹과 달리 몇 번 하지 못했다. 서로의 일정이 맞지 않기도 했고, 한동안 감기로 쉬었던 탓도 있다. 주말에라도 해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꾸준히 이어지진 않았다. 곧 방학이니, 다시 시도해보려 한다.
줄넘기 대신, 아이와 함께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다. 밤마다 마주 앉아서 수첩에 각자의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벌써 열흘째다. 하루를 보내며 고마웠던 일을 적고, 작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리고 돌아가며 책도 한 장씩 읽는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아이도 나도 밖에 나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어서인지, 우리에게는 줄넘기보다 이게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줄넘기처럼 활동적인 시간은 아니지만, 이 조용하고 친밀한 루틴이 꽤 만족스럽다.
감사한 일은 딱 세 개씩만 쓰기로 했다. 시작하자마자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아이와 달리, 나는 자꾸만 머뭇거린다. '오늘 뭐가 좋았지?', '좋은 게 있었나?' '이것도 감사할 일일까?' 아이에게는 소소한 것도 괜찮다고 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거창한 무언가를 찾고 있다. 날마다 특별한 감사가 넘쳐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특별한 걸 찾는 나를 보니 또 하나의 고쳐야 할 습관을 찾은 듯하다. 아이의 감사 일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때때로 아이에게 배운다.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감사할 줄 아는 삶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조금씩 나의 삶이 가벼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