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는 N일 차] 한국 여행 중

정리 대신 소비를 하는 중입니다

by 정은

한국에 왔다. 일 년 치 약속을 소화하고, 병원 투어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비움 프로젝트가 무색하게 한국에서는 소비 프로젝트를 열심히,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읽을 책이 필요했어.”

서점에서 3,800원짜리 미니 세계 명작을 손에 든 아이가 한 말이다. 책을 읽겠다는 데 감동해서 사주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포장도 뜯지 않았다. 속았다.


“이건 내가 베트남에서부터 사고 싶었던 거야.”

나름 계획된 소비라며 나를 설득시킨다. 돈을 들고나가도 살 게 없는 베트남과 달리 눈을 반짝이게 한다.. 한국에 와서 아이는 날마다 “어머!”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녀석에게는 여행이기도 하니 어느 정도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소비하는 장소가 ‘다이소’여서 정말 다행이다.


커피 매장에서 굿즈를 산다

스타벅스를 갈까, 저가 카피를 마실까 하다가 저가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 제품을 같이 판매 중이었다. 스타벅스 한 잔 값으로 두 개의 음료를 주문하고, 한 잔 값으로는 캐릭터 굿즈 자석을 샀다. 결국 소비하는 돈은 같았다. 키오스크가 무섭다.


“엄마는 왜 딱풀을 열 개나 사?”

베트남 풀은 잘 붙지 않는다. 그러니 1년 동안 쓸 딱풀을 산다. 그러고 보면 ‘딱풀’은 정말 멋진 작명이다. 테이프라고 다르지 않다. 딱 붙는 테이프도 1년 치 산다. 작은 기술로 큰 차이를 만드는 한국은 대단하다. 아무래도 풀을 너무 조금 산 것 같다. 조금 더 사야겠다.


서점에서의 동상이몽

가는 쇼핑몰과 백화점마다 서점이 있어서 다행이다. 서점의 책 냄새는 언제나 좋다. 나는 책과 문제집을 고르는데 빠져 있고, 아이는 문구 코너 캐릭터 제품에 눈을 빼앗겼다. 나는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아이는 나에게 귀여운 문구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내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니, 아이가 귀여운 마우스패드를 사주었다. 아이 말을 귀담아들으면 떡이 생기기도 한다.


나: 이 책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아이 : 건성) 좋아.

(다음 날)
아이 : 엄마, 나 이 책 사고 싶어.
나 : 어제 엄마가 추천한 책이잖아.
아이 : 아~ 그랬어? 사줘.


비움과 정리 프로젝트는 자연스레 멈추었다. 다시 호치민으로 돌아가면 이어가야겠다.

지금은 한국 여행을 누리기로 한다. 한국이 좋다. 24시간 함께 하며 조금은 소원했던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가 다시금 끈끈해지는 중이다.


이 나이에도 귀염뽀짝 경험을 한다. 10년 만에 찾은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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