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정리]일상을 되찾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

by 정은

새로운 마음이 필요했던 시기,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간절했다. 그래서 집안 정리를 해보겠다며 시작했던 '정리 프로젝트 100일'.

100일 동안 매일 정리하고 그 과정을 글로 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매일 집안을 정리하는 게 좋았고, 글을 쓰면서 나를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들이 좋았다.

하지만 아이가 방학하면서, 한국에 다녀오면서 멈춰졌다. 길고 긴 두 달간의 방학 동안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지내는 건 쉽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면 많은 걸 아이 혼자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이번 학년에 유독 힘든 학교 생활을 한 아이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녀석의 마음 돌봄을 하느라 나를 돌볼 여유는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정리프로젝트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며 계속해서 날마다 집을 조금씩 비워나갔고, 매일의 루틴대로 집안을 정리했다. 한국에서도 정신줄을 꽉 붙들고, 필요한 것만 사려고 노력했다.

한국에서 너무 잘 놀다 왔는지 호치민에 돌아와서도 한 동안은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붕 떠 있었다. 느슨해진 일상을 다시 회복시키고, 적응하기까지 꽤 고생했다. 내 나라를 떠나 타국 생활을 한 지 10년도 더 넘었지만, 여전히 타국에서의 삶은 익숙해지지 않는 이방인 생활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100일이 되는 날까지 정리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실패했지만,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나는 꽤 정리에 습관이 든 사람이 되었고, 스스로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피아노를 중고로 정리할까요?"

-그래도 그냥 둬. 있어 보이잖아.


"챗GPT야, 정수기를 없애고 생수를 사 먹을까 하는데 비교해 줘."

-한 달 동안 비교했을 때 생수로 바꾸면 만원 정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수는 매 번 사 와야 하는 수고가 필요해요. 가족들과 한 번 더 의논해 보세요.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하지 못한 일들도 있지만, 깨끗해진 싱크대와 수납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물론 지금도 100일 D-day가 커다랗게 표시된 달력을 보면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정리는 계속하지만, 그걸 다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부담과 의무를 갖고 해 나갈 자신은 없어졌다.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매일 외출하기.

매일 운동하기.

그게 뭐든 '매일'이라는 말이 붙으니 부담이 따라온다. 100일 정리 프로젝트를 할 때는 몰랐지만, 잠깐 쉬면서(지금까지 쉬면서) '매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알게 되었다. 꼭 매일이라는 말로 나를 강박에 빠뜨릴 필요는 없다고, 나를 다독여준다.


그래서 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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