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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Feb 23. 2021

호치민. 다시 온라인 수업

작년과 복붙


코로나 청정 국가 베트남.

다시 온라인 수업이다.


베트남의 민족 최대 명절인 설 ‘Tet(뗏)’ 연휴가 다가오면서 약간의 긴장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여행으로 움직이는 시즌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작년 Tet 연휴를 시작으로 3달 동안 학교에 못 간 것이 계속 생각났다.

뗏 연휴를 열흘 정도 앞두고 베트남 북부 지방에서 코로나가 재 확산되기 시작했다. 확산의 중심이 된 하이즈엉시는 봉쇄되었고, 전국의 학교는 방학을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됐다.


첫날은 Zoom으로 10시 한 번 수업.

둘째 날부터는 담임선생님과의 메인 수업 한 시간.

수학 선생님과 한 시간.

온라인 방과 후 수업 40분.

주 2회 체육.

그리고 주 1회 영어 수업을 했다.


긴급 온라인 수업 일주일. 지난주부터 방학이 시작됐다.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모두들 차분하게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지만,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생겼다. 각 회사에서는 연휴 동안 호치민을 벗어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다. 다들 여행을 취소하느라 분주했다. 몇 달 전부터 하노이와 사파 여행을 준비한 지인 가족은 비행기 편만 환불받고 100만원이 넘는 호텔 비용은 환불받지 못했다.


-몇 달 전-

지인 남편 : 호텔 예약할 때 환불 가능한 건 좀 더 비싼데 그걸로 할까?

지인 : 뭔 일 있겠어? 그냥 저렴한 걸로 해요.


뭔 일이 생겼다. 대신 4월까지 이용 기간을 늘려준다는데 남편이 휴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 아니어서 아이와 단 둘이 사파에 다녀올 엄두는 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 발생 지역이 하노이 인근이어서 남편의 하노이 출장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연휴 기간 동안 북부 지역발 코로나 확산과 달리 호치민 떤손녓 공항 직원 발 동남아시아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돼서 어느 곳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열흘 정도의 긴 Tet 연휴면 늘 가까운 태국,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가곤 했는데,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코로나가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미안했다. 일주일 내내 집에 있느라 서로가 힘들었던 시간. 코로나로 골프장과 수영장, 여러 놀이 시설이 문을 닫은 가운데, 뗏 연휴로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으니 말 그대로 강제 집콕이었다.

마트도 문을 닫고, 쇼핑몰도 3-4일씩 문을 닫았다. 편의점과 스타벅스 마저도 단축 운영을 했으니 더운 날씨에 집 밖을 나간 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단지 주민들에게는 오픈된 공원을 저녁마다 한 바퀴 도는 게 유일한 외출이었다.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은 아파트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면  힘을 발휘하는 레스던스 카드라며 우스갯소리도 했다.

공식 뗏 연휴는 끝났다.

이번 주까지 학교 방학이지만, 남은 2월 동안에는 온라인 수업을 유지한다는 공문이 나왔다. 코로나 확산세는 잡히는 것 같지만, 대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듯하다. 다행히 호치민 지역의 확진자 소식은 없다.


방학 후의 온라인 수업은 인내의 시간이다. 천하태평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아이와의 실랑이. 수업 태도가 내 눈에 고스란히 보이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도 가끔씩 잔소리가 튀어나온다. 뱉는 순간 후회하며 주워 담고 싶은 말들이다.


3월에는 학교에 갈 수 있기를.

가야 한다. 가야 한다.

간절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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