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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Apr 19. 2021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빠와 딸의 첫 여행

아이의 텀 방학이 시작됐다.

여행은 가족 모두가 함께 가는 거라는 남편과 아이를 설득해서 떠밀듯 가까운 바다로 보냈다.

엄마도 같이 가자.


일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과 아이를 보내 놓고 그냥 쉬고 싶었다.


<나 홀로 집에>

상상만으로도 홀가분하고 짜릿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는 2박 3일.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사들고 와서 먹었다.

둘째 날 저녁에는 죠스떡볶이와 튀김을 배달시켜 먹었다.-한국 같지만 여기는 베트남 호치민.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실 테이블을 넷플릭스 시청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로 바꿨다.

그 자리에 앉아 밥도 먹고, 늘어지게 넷플릭스도 보고, 작업도 했다.

2 3 동안 설거지도 하지 않았다. 그래 봐야 쌓인    개뿐이었지만.

다음 날이 되어도 아무것도 되돌릴 필요가 없다는 현실이 좋았다.

아~ 정말 좋아!


여행 간 아이는 보고 싶다며 자주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행복하다는 내색은 아이에게 하지 않았다. 서운해할까 봐.


새벽까지, 늦게까지 코가 삐뚤어지도록 자유를 누리고 싶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는 않았다. 미라클 모닝으로 아침을 깨워야 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가져본 아무도 없는 나만의 시간.

가족도 소중하지만, 때로는, 아주 가끔은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잊고 있었다.


아이에게는 여행이 필요했고,

작업실에 갇혀 일만 하던 남편에게도 바깥공기와 쉼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모두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친구에게 나의 자유를 자랑했다.

친구의 응원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가 돈 버는 거 아니겠어?


남편과 아이가 돌아오고...

나는 호되게 앓아누웠다.

너무 긴장을 풀었었나 보다.


그럼에도 잠시나마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나로 있었던 시간.


다음에 또 보낼까?

아니다. 내가 떠나봐야겠다.

그 시기가 온다면 나는 지쳐있을테니 멀리는 말고, 10-2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나 홀로 1박 2일이 좋겠다. 가능하다면... 2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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