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하늘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며칠 동안 한국의 가을처럼 바람이 시원하게 불더니 하늘마저 아름다워졌다.
높은 층에 살면서 좋은 건,
단연코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려다보는 건 무섭지만, 올려다보는 건 멋진 일이다.
테라스를 자주 나가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48층에서 밖으로 나간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이 있다.
테라스에 나가는 건 빨래 널 때와 빨래 걷을 때, 청소할 때뿐이다. 정말 아주 가끔 야경 구경을 위해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다가도 창문이 바람에 조금이라도 덜컹이면 얼른 집안으로 도망친다.
오늘도 빨래를 널다가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지만, 또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행복이 있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호치민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보다 조금 더 가까이 느껴지는 하늘. 게다가 눈높이가 지평선인 뷰를 날마다 본다는 건 매일의 감사로도 부족할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역시 한국의 하늘이 제일 예뻐!
다음 온라인 수업을 기다리던 아이가 빨래를 널다가 창문에 기대 있는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엄마~ 핸드폰 안 떨어뜨리게 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