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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n 11. 2021

눈높이가 지평선인 집

베트남 호치민.

하늘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

며칠 동안 한국의 가을처럼 바람이 시원하게 불더니 하늘마저 아름다워졌다.


높은 층에 살면서 좋은 건,

단연코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려다보는 건 무섭지만, 올려다보는 건 멋진 일이다.


테라스를 자주 나가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48층에서 밖으로 나간다는 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두려움이 있다.

테라스에 나가는 건 빨래 널 때와 빨래 걷을 때, 청소할 때뿐이다. 정말 아주 가끔 야경 구경을 위해 테라스 의자에 앉아 있다가도 창문이 바람에 조금이라도 덜컹이면 얼른 집안으로 도망친다.


오늘도 빨래를 다가 하늘을  놓고 바라보았다.

인생에는 예기치 않은 어려운 상황들이 있지만, 또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행복이 있다.


하늘을 보고 있자니 호치민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보다 조금 더 가까이 느껴지는 하늘. 게다가 눈높이가 지평선인 뷰를 날마다 본다는 건 매일의 감사로도 부족할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역시 한국의 하늘이 제일 예뻐!



다음 온라인 수업을 기다리던 아이가 빨래를 널다가 창문에 기대 있는 나를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엄마~ 핸드폰 안 떨어뜨리게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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