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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n 11. 2021

사랑은 항공 택배를 타고

미니멀 라이프는 어디에

아무래도 미니멀 라이프는 물 건너간 것 같다.


버린 것 이상으로 다시 집에 채워지는 이상한 논리가 이 집에는 존재한다.


그래도 반갑기만 한 택배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하노이를 거쳐 호치민까지 날아온 이것을 택배라 쓰고 사랑이라고 읽고 싶다.


책 4권을 동생에게 부탁했을 뿐인데 엄청난 상자가 배달되어 왔다.


글로 언박싱을 해보자면...


온 식구 몇 달은 먹을 영양제가 종류별로 가득 담겨 있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내 건강이 꽤나 걱정되는가 보다.

1년은 너끈하게 입힐 수 있는 아이의 속옷도 들어 있고, 몇 군데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샀다는 솜사탕도 10가 넘게 들어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락다운 되었다는 소식에 KF94 마스크도 당분간 외출 걱정 없을 만큼 보내주었다. 박스의 빈틈은 커피 믹스로 채워주는 센스까지.


게다가 베트남에서는 나오지 않은 맥도날드 BTS 세트를 사 먹고 싶어 하는 조카에게 삼촌은 BTS 세트의 컵과 맥너겟 소스를 보내주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놀리는 거냐고 해야 할지 아직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건 선물일까? 선물이겠지?


그래도, 동생은 사랑이다. 엄마도 사랑이다


손주가 얼마나 컸는지 감을 잡지 못한 할머니는 아무리 쑥쑥 커도 2 뒤에나 입을  있을  같은 옷을 보내주셨다. 하나밖에 없는 손주, 조카를 1년에   보여주기도 힘드니 이런 불효가 없다.


 사주려고 매장에 가도 애가 얼마나 컸는지를 모르니 사줄 수가 없더라.”


엄마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아쉬움이 그저 죄송하기만 할 뿐이다. 만날 날은 여전히 기약할 수가 없다.


아무튼 수납장  칸이 비워져 간다고 좋아했는데, 다시   버렸다. 오늘의 나는 맥시멀 리스트가 되어 버렸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먹고, 입고, 쓰면서 다시 비워가기로 결심 또 결심을 해본다.




현실적인 엄마 vs 낭만 열 살


아이: 엄마!!  생일 선물이 들어있겠지?

 : ? (선물 얘기는 없었는데...)

아이 : 분명히 할머니랑 작은 삼촌이 보냈을 거야.



그렇다.

이번 달은 매일이 아이의 생일 주간이다.

나에겐 감사한 선물들이지만, 아이 눈에는 팬티와 마스크, 영양제는 선물이 아닌가 보다. 내심 다음 택배를 기다리는 눈치다.

그래도 아이야, 온 우주가 너의 생일을 축하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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