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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Oct 22. 2018

도시가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한다.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산과 마을도 정책결정에 의해 사라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철밥통이라 불리던 직장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환경도,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도,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도, 어느 하나 영원하다고 할 것은 없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시대이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 각자는 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어떤 환경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때그때 변화한 여건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한 적응력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일 것이다. 


도시 또한 그러하다. 


사회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사항도 변화하고 있다. 도시는 삶을 담는 그릇이라 했다. 삶의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니, 그에 따라 도시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사회 변화 속도에 맞춰 도시가 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기도 했다. 한데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에 맞춰 도시가 변화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A라는 패러다임에 맞춰 도시환경을 계획하고 시공하고 있는 사이, A는 이미 지난 유행이 되었고, B라는 새로운 유행이 나타났다. A에 맞춰 만들어진 도시환경은 B라는 삶의 방식을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미 무의미한 정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B라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으나, 그 변화의 양상이 너무나도 복합적이다 보니 예측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다. 도시는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빠른 변화에 대응해 시시각각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회의 새로운 요구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탄력적으로 확보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공간의 임시적 사용"이라는 모습으로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시도들 중 하나로 택티컬 어바니즘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이란, 처음부터 큰 예산을 들여 고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 임시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활동'을 해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해보는 방식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놓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는 고전적인 도시계획의 방식이 아닌, 일단 행동을 취해보며 실험적 검증을 통해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방식이다. 끊임없는 피드백 과정이 일어나게 되면서, 지역과 소통하게 된다. 양방 소통을 통한 도시계획이 가능해진다. 


택티컬 어바니즘,
 도시 및 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일시적 변화를 시도하는 실험

택티컬 어바니즘이 출현하게 된 계기로는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인구감소 현상, SNS의 등장 등을 꼽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계기들이 불확실성, 변화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본다. 그리고 (비교적) 고정적 환경이었던 도시가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도시공간의 임시적 점유'로 대표되는 택티컬 어바니즘이 태동하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택티컬 어바니즘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운동으로 '파클렛(Parklet)'이 있다. 자동차로 점유된 도로공간을 사람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다. 도로변 주차장 면을 임시 점유하여, 바닥 잔디를 깔고 의자와 테이블, 파라솔을 갖다 둔 후, 커피를 마시거나 모임을 갖는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이 행위 자체를 보고, "도로공간이 당연히 자동차의 공간인 것은 아니구나, 자동차만이 아니라 사람이 이용해도 되는구나" 하는 인식의 전환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이벤트는 한 번이 아닌, 지속적으로 점점 면적과 기간을 늘려나가면,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서서히 이루어내고, 궁극적으로는 차선 하나를 줄여 보행자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고전적인 도시계획 방식대로라면, 도시의 법정계획에 차선을 줄여 보도를 확장하는 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주민참여의 절차를 거쳐, 공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참여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단순히 시뮬레이션 이미지만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택티컬 어바니즘은 현장에서 변화를 '리허설' 함으로써, 사람들이 변화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게 한다. 


벤쿠버의 파클렛(parklet), 출처 : Paul Krueger


샌프란시스코의 파클렛(parklet), 출처 : San Francisco Planning Department



우리 도시에도
택티컬 어바니즘을 적용해보자.

주차장 한 면부터 시작해 두면, 세면, 나아가 길 전체를 임시 점유해보면 어떨까? 자동차 중심의 도시인 우리나라에서는 차선 하나 줄이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처음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도 막상 줄여보니, 보행친화공간이라 좋다고 느낄 수 있고, 처음에는 무조건 찬성이었던 사람도, 막상 해보니, 모든 노상주차장을 없애는 것을 불편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조정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는 사람의 공간으로, 어느 정도는 자동차 주정차의 공간으로 남겨놓는 '합의'를 만들어내기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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