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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선영 Oct 22. 2018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진짜' 자전거도시가 있다면, 진심 이사 가고 싶다. 

그곳에서 자전거는 어엿한 이동수단이었다.

유럽 도시에서 자전거를 탈 때, 자전거를 자동차나 전철, 버스 등과 같은 어엿한 이동수단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자전거 도로와 신호등 체계 덕분이었다. 자전거 도로는 차도와 보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 중앙선을 기준으로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하나의 자전거 도로에서 방향이 서로 다른 자전거끼리 마주치는 일이 없다. 신호등까지 마련되어 있어, 신호만 잘 지키면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자전거 한대만 있으면, 교통비가 들지 않고,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그 기억이 좋았기에, 한국의 도시에도 자전거도로와 신호등 체계가 잘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기사를 보던 중, 창원시, 양산시, 대전시 등의 여러 도시에 자전거도로와 신호등을 구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전거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와 시공으로, 오히려 차량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에게 혼란만 주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씁쓸하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설계도 하고, 시공도 하느라 많은 인력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고 마는 걸까. 심지어 대전은 4년이나 걸려서 조성했다는데.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있은 것일까? 전문가? 설계나 시공 업체? 행정기관? 애초에 자전거 도시라는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서? 자전거를 잘 몰라서? 자전거를 안 타본 사람이 담당을 해서? 이것 또한 전시행정의 결과물인 것일까. 일단 지어놓고 보자 라는 식이었을까. 

 


해외의 많은 유럽 도시들도 이미 조성된 도심지에 자전거도로와 신호등을 추가해왔다.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 세심함에 놀랍기도 하다. 화려하거나 거대한 구조물이 있거나 하지 않아도, 차도와 보도의 기존 인프라에서 최소한의 변경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좁아 보이는 도로에도 차도와 보도에서 조금씩 자리를 내어 자전거도로가 들어가 있다. 큰 대로에서는 자전거도로 폭도 꽤 넓다. 도로가 넓다는 것은 교통이 모이는 도로라는 것이고, 자전거도 많이 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전거도로 폭도 넓은 것이다. 도로공사 때문에 자전거 도로가 끊기게 되면, 페인트로 임시 우회도로선을 그어놓아 혼란을 줄여준다. 자전거도로포장은 눈에 잘 띄는 색이 아니다. 전체적인 도로의 색에서 벗어나지 않아 도시경관이 조화롭게 보인다. 포장 패턴이나 재질에 변화를 줌으로써 차이를 둔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은 차도에서 달리면 되고, 자동차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우측통행하면 된다. 자동차운전자는 자전거운전자와 보행자가 보이면 서행하거나 멈추어 주어 안심하고 지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다가 비가 오거나 힘들면 지하철을 타도 된다.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을 타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베를린/ 교차로에서도 끊이지 않고 자전거도로 선이 표시되어 있다.


베를린에서 포츠담 가는 길/ 모든 지하철에는 자전거칸이 따로 있어, 언제든지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을 탈 수 있다.


포츠담/ 보도와 차도 사이에 넓은 양방통행 자전거도로가 있다. 바닥 색이 주변과 어울린다.


코펜하겐 도심지/ 차도폭 하나가 자전거도로로 할애되어 있고, 차도와는 보행섬이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나는 특정 구간만 빨갛고 비싼 바닥포장을 하는 것보다 "끊김 없이" 길을 내어주고 신호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좋다. 도심지도 충분히 자전거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 


자동차에게 내어주었던 폭을 자전거에 내어주면 된다. 

네이버 지도로 길 찾기를 해보면, 가까운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거나 비슷할 때도 있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괜찮은, 빠르고 간편한 이동수단이다. 주말 한강을 나가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 한강 자전거 도로가 빼곡하다. 이만큼 우리나라의 자전거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한강변 자전거도로 외에 자전거를 끊김 없이 탈만한 도로는 한강 외 영역에서는 찾기 어렵다. 여가용으로는 즐길 수 있지만,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전거를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보고, 자동차 교통 공간을 설계하듯, 자전거 교통 공간을 설계한다면, 녹색도시라는 슬로건이 구호에만 지나지 않는 진짜 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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