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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AFS with 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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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l 06. 2022

Prologue :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Lost Article Found Story with 녁

 우리는 종종 잃어버리면서 산다. 내가 여태 잃어버린 것만 해도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봄에 산 장미꽃이 두어 개 그려진 양말 한 짝, 두 번 타고 구석에 놓았던 전기 자전거의 충전기, 선물 받았던 책갈피. 지금 막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지만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공간과 나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나는 분명 방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찾을 때도 있고, 가지고 나간  없었다고 생각했던 키위새 열쇠고리를  근처 카페에서 다시 만났던 때도 있다.  키위새 열쇠고리는 역사가 유구하고 소중한 것인데,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는 눈물이 찔끔 고였다. 그래도 잃어버렸다는 행위 자체는 나의 책임이 솔직히 100% 중에 99%이기 때문에-솔직히 1% 정도는 운이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많이 억울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키위새 열쇠고리는 지난번에 떠났던 뉴질랜드에서 샀던 것이었다. 당분간은 두 번다시 걸음 할 수도 없고, 뉴질랜드에서만 파는 것은 아니지만 사 온 곳에서의 기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지나가버린 시간은 두 번 다시 아주 똑같은 순간으로 찾아오지는 않는다. 기억이 그렇다. 추억은 더더욱 그렇고.


 레스토랑, 그러니까 을지로에 있는 '녁'에서 일한 지는 육 개월이 다 되어 간다. 딱히 힘든 일은 없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며 깨닫는 것 중 하나는 힘들어봐야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피크타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도 라스트 오더를 도는 순간 매장에는 묘한 정적이 돈다. 주섬주섬 자리를 챙기고 일어나는 손님들 사이에 빈 접시를 빠르게 걷어오는 내가 있다. 그렇게 지나간다. 딱히 극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적이기만 하지 않은 저녁이.

 바쁜 디너가 지나가고 나면 꼭 유실물이 한 개씩 나온다. 요새는 더 그렇다. 달뜬 여름 공기에 왁자지껄 이야기하다가 돌아갈 때가 되면 꿈에서 벗어나듯이 조금씩 상기된 얼굴로 짐을 챙기다가 잊는 것이다. 하나씩. 보통 잃어버리는 일은 깜빡 잊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니까.


저기요 손님, 이거 두고 가셨어요!


하고 자리에서 바로 찾아줄 수 있는 경우는 정말 다행인 편이다. 보통은 반색하며 감사합니다! 하고 자신의 물건을 들고 돌아가지만, 정리를 하다가 유실물을 발견하는 경우가 곤란하다. 유실물 중에서도 꼭 찾아주어야 할 것 같은 물건 외에 애매한 것들이 발견될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파티용 액세서리, 립스틱, 헤어롤, 귀걸이 한 짝 같은 것들. 이런 대체 가능한 유실물들을 발견할 때면 과연 이 손님이 이걸 기억하고 찾으러 오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유실물을 두고 간 장본인이라도 아 맞다! 하고 생각이 나는 순간 다른 것을 구매해서 쓰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도 잊어버리기 전에, 손님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기로 했다. 우리가 잊어버리지 않고 유실물에 기억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면 좀 더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나는 상냥한 사람은 아니지만 P는 꽤 상냥한 편이고, 그는 재밌는 일들을 선호하니까.


 잃어버린 물건들에 이야기를 붙일 테니, 손님은 이야기를 보고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다시 우리의 장소로 찾아오면 된다. 유실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우리도 유실물을 보관하며 대체로 떠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니까. 언제든 오세요. 여기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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