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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Oct 02. 2024

맛집 탐방기 (1)

프롤로그 : 꽂히면 하나만 먹는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많지 않다. 보통 새로운 것에 시도하지 않았다.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을 때에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알던 맛을 먹었다. 새로운 걸 제일 많이 먹었던 것은 지난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레스토랑에서였다. 몇 개월에 한 번은 신메뉴가 나왔고, 매 점심마다 선택의 여지 없이 누군가가 먹고싶은 호화스러운 요리를 먹었다. 중식일 때가 제일 많았고, 그냥 고기나 배달음식을 먹을 때도 분명 있었다.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메뉴는 매장에서 26,000원에 팔았던 봉골레였다. 

 나는 파스타나 양식에 큰 관심이 없다. 봉골레의 스펠링이 V로 시작된다는 것도 방금 검색을 통해 알았다. 어쨌든 검색 결과에 따르면, 봉골레(vongole)란 이탈리아 남부 해안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요리다. 조개가 가득 들어가는 파스타로 올리브 오일에 달달 볶아 내놓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지역마다, 나라마다 지금은 조리법이 약간씩 다른 것 같지만. 검색하다보니 "일요일 아침에 할머니가 해주던 맛!"같은 카피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만큼 누군가에겐 친숙한 음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게는 아니지만. 

 나는 원래도 양식에 관심이 없는데, 오일 파스타는 관심이 없다 못해 싫었다. 미끌거리기만 하고, 맛있는 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따지자면 토마토도 싫고, 알싸하거나 매운 파스타도 싫고, 까르보나라만 주구장창 먹었다. 그것도 계란 노른자와 관찰레 베이컨을 넣는 전통 방식의 파스타 말고, 크림을 절절 끓여서 진득하게 만든 어딘가의 방식인 맛으로. 얇은 베이컨에 후추 맛이 많이 나는 진득한 크림 파스타가 좋았다. 


 그렇게 막연히 파스타가 다 비슷하지 뭐, 하면서 별 생각 없이 살다가 일하던 곳의 봉골레를 처음 먹었을 때 눈이 반짝 뜨였다. 왜, 가끔 요리 만화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이면서 머리에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몸을 바르르 떠는 리액션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축축하게 오일에 젖은 면을 대충 휘휘 둘러 한입에 떠넣어서 몇번 씹으니 입안 가득 바다 짠 냄새가 확 퍼졌다. 그 봉골레에는 봉긋하고 새큼한 식감의 토마토가 함께 올라갔는데, 토마토를 포크로 콕 찍어 파스타를 돌돌 돌려 먹으면 그게 또 킥이었다. 파스타를 허겁지겁 먹으면서 약간의 달큰한 향도, 짠 기운도, 상큼한 향기도 너무나 다 조화롭다고 생각했다. 단언컨대 나는 이보다 맛있는 파스타를 먹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아직도 가끔 그 공간의 회색 쟁반 위에 가득 담겨 나왔던 봉골레가 떠오른다. 

그때의 봉골레는 아니지만 셰프님이 응용해서 만들어준 오일 마늘 미나리 파스타

 이제는 파스타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때까지 먹어본 적도 없었던 봉골레 하나가 내 기억을 뚝딱 고쳐놓은 것이다. 그 이후로도 몇번이고 점심에 파스타를 먹자고, 정확히는 봉골레를 해달라고 졸랐지만 셰프님은 파스타를 잘 주지 않았다. 왜냐면 종일 파스타를 볶고 자르고 나누고, 자기 먹는 식사까지 파스타로 해결하기 싫었을 테니까. 

 그래도 여전히 그 경험에 감사한다. 그때 느꼈다. 먹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한다는 건 단순히 배가 부르고 즐거운 일이 아니라 나의 세상을 넓혀가는 일이라는 걸. 이후로는 조금씩 도전하려고 해본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고 하면 고민하고, 먹어보고, 취향을 찾아가면서. 결국 이 <맛집 탐방기>시리즈는 작가 디디가 경험하고 세상을 넓혀나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부디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 Vongle를 검색하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봉골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종종 이런걸 읽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italysegreta.com/spaghetti-alle-vong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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