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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나 Nov 09. 2020

#5 알고리즘이랑 친해지기, 어렵다.

중요한건 결국 '진정성'

영상을 2편쯤 올리고 보니 조회수가 올라가고 구독자가 늘어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첫 영상이 지인 찬스로 2주 동안 약 540회 조회수를 찍었던 것에 반해 두 번째 영상은 그의 절반 이하인 220회 정도밖에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거나 그거나 별거 아니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업의 일부인 나는 유튜브 채널 분석을 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조회수를 올릴 수 있을까?"




누군가 우리 영상을 '조회(view)'하려면 먼저 영상이 누군가에게 '노출(impression)' 되어야 한다. 영상이 노출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우선 크게 3가지로 생각을 좁혀보았다.


먼저 나의 다른 채널 (블로그/인스타) 등에 영상 링크를 홍보 및 공유하는 방법이 있다. 당연히 했다. 내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고 홍보하는 게 너무너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정 수준의 팔로워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방법은 효과가 미미하다. 노출의 모수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 동영상으로 노출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으려면, 일단 유튜브 알고리즘이 우리 영상을 '좋은 영상'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은 무슨 기준으로 '좋은 영상'을 인식할까? '좋은 영상'은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봤을 테고 (조회수가 높음), 영상을 중간에 끄지 않고 아마 끝까지 봤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시청 지속시간이 높음).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했을 수도 있고 (공유수), 그 결과 유튜브가 아닌 다른 채널들로부터 유입이 많을 것이다 (외부 유입 높음).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영상의 노출을 늘리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회수가 높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통 관객 수가 많은 영화가 흥행한 영화라고 하는데, 우리는 흥행한 영화가 무조건 좋은 영화라거나, 흥행하지 않은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 수, 즉 조회수만으로 좋은 영화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세계에서는 일단 조회수가 높아야 '좋은 영상'으로 인식되기에 유리하다.


세 번째는 유튜브 검색 결과에 우리 영상이 뜨는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 역시 수많은 영상 중에서 우리 영상이 검색 결과에 노출되게 하는 맥락에서 두 번째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라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검색 키워드였다.




남편은 엄청난 야구팬이다. 연애 할 때부터 자주 야구장을 같이 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아직 개막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무관중으로 야구를 개막한다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예전에 야구장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개막전을 볼 생각에 들떴다. 그리고 세 번째 영상은 야구를 보는 것을 찍어보기로 했다.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면서, 동시에 유튜브 검색량이 늘어날 키워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색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영상이 더 노출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남편과 내가 응원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NC 다이노스에게 처절하게 졌다. 그리고 때마침 야구팀이 없던 North Carolina가 NC 다이노스를 North Carolina Dinos라고 부르며 미국에서도 한국 야구에 대한 엄청난 신드롬이 불었고, 실제로 한국과 미국 모두 유튜브에서 야구에 대한 검색량이 현저하게 늘었다.


미국 유튜브 검색 트렌드 (키워드 : KBO) (출처 : Google Trend)
한국 유튜브 검색 트렌드 (키워드 : 야구 개막) (출처 : Google Trend)



우리의 영상도 이에 힘입어 검색 노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우리가 원하던 노출수는 늘었지만, 노출클릭율은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어김없이 또 고민의 시간이었다. 회사에서는 돈을 주고 광고를 돌리면 아주 쉽게 노출수와 조회수를 얻었는데, 내 힘으로 노출수와 조회수를 얻으려고 보니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


'야구'와 관련된 키워드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무엇일까? 하이라이트를 보고 싶거나, 선수 혹은 특정 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거나, 한국의 야구 응원 문화나 빠던에 대해 알고 싶었을 수도 있고, 야구 선수들의 더그아웃에서의 모습, 퇴근길의 모습을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또한 모르긴 몰라도 남성의 비중이 높을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의 영상은 '야구'라는 키워드와 연관성은 있었지만, 엄밀히 브이로그였다. 우리 영상은 야구를 검색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영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가 직접 유튜브에서 '야구'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수많은 썸네일들을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됐다.


그렇게 우리의 세 번째 영상은 점점 노출수가 줄어들고, 조회수도 줄어들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기에 우리 영상은 '야구'라는 키워드에 맞는 '좋은 영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회사에서도 광고를 집행할 때마다 그렇게 타겟 고객(Target audience)가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막상 내 일이 되었을 때는 그걸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3번째 영상의 안타까운 결과를 보고나니, 나도 모르게 "우리 그냥 그만 할까?"라는 소리가 자주 나왔다. 편집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이 걱정돼서 하는 얘기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그저 그런 도전자 중 한 명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가 겁이 났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무슨 소리냐며, 처음에 다짐한 것처럼 최소 1년은 꾸준히 해보자고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실수 하나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배움이 하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배우다보면 언젠가 잘하게 되는 날이 올 거야.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배움도,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을 텐데, 정말 시작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나를 힘나게 했다.


비록 첫 만남에 알고리즘과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보여주다보면 언젠가 알고리즘도 마음을 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앞으로도 서로를 다독이며, 하나씩 배워가며, 그렇게 계속 잘 해보자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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