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쓸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2층 주택을 하나 사서 리모델링 후 들어왔어요.
한쪽 담 옆으로 대나무가 무성해서 푸릇푸릇하게 흔들리는 그 푸르름에 반해서 구입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대나무가 무성하니 문제가 생깁니다.
알지도 못하는 벌레들과 벌레알들 그리고 모기들, 지네와 사마귀까지 다양한 벌레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요.
두 번째는 매일 무성하게 쏟아지는 나뭇잎 때문에 마당 한편이 조금만 게으름을 부리면 빈집 처럼 대나무 잎이 쌓이고 뒹굴게 된다는 것이죠.
비가 오면 나뭇잎들이 수챗구멍을 막아 마당에 홍수가 난 것처럼 물이 차오르고는 하기 때문 비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마당이나 쓸어보자, 하고 나왔습니다.
아니 아니. 말이 틀렸네요.
사실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려고 마당에 나왔다가 신랑이 마당 좀 쓸어달라고 당부했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타지에 가 있는 신랑이 항상 마당의 나뭇잎을 처리해 주었으나
없으니 어쩌나요. 제가 해야지요.
날이 더우니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손에 들고 마당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검고 커다란 모기에 화들짝 놀라 집 안으로 달려들어가 모기 잡는 전자 모기채를 하나 손에 들고 다시 나왔지요.
왜 전자 모기채를 들면 모기들이 모두 사라지는 걸까요?
이 녀석들도 지능이 상당한듯 합니다. 아니면 살고자 하는 본능일까요?
전자 모기채를 손에 들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만 들면 어느새 나타나 몸에 붙어 열심히 움직여 대는데도 피를 빨아대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지 날아가지도 않네요.
살에 붙어 열심히 먹고 있는 몇 마리의 녀석들을 잡았는지 모르겠으나 전기모기채로는 한 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는 게 웃픕니다.
신랑이 마당을 한참을 쓸지 않았는지 마당 여기저기 뭉텅이로 대나무잎이 쌓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대문 쪽이 아닌 외부 주방 쪽 마당이라선지 자주 눈에 띄지 않아 이렇게 쌓인 것도 잘 몰랐나 봅니다.
빗자루질을 따라 벽면으로 길게 늘어서 걷던 개미 군단들이 나뭇잎과 함께 쓰레기봉투 속으로 들어옵니다.
수챗구멍 근처 높게 쌓인 나뭇잎 안에서는 숨어있다가 깜짝 놀란 새끼지네 한 마리가 후다닥 도망을 치다 제 레이더망에 걸려 약 맛을 보고 꿈틀대다 굳어버리네요.
마당이라 그냥 둘까 싶었으나 집안으로 자꾸 들어오는 지네에게 한번 물려 큰 고통을 느꼈던 저로서는 아이들이 물릴까 걱정스러운 맘에 그 아이를 놓아줄 수는 없었습니다.
창고로 사용하는 외부 주방 밖으로 쌓인 나뭇잎 더미에서는 헐벗은 민달팽이 가족들이 툭툭 떨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보니 벽에는 번데기 같기도 하고 고동 같기도 한 이상한 모양의 알 더미들이 달려 있네요.
발이 많은 녀석을 좋아하지 않는 저는 가차 없이 모두 빗자루로 쓸어내려 쓰레기봉투 안으로 넣어 버립니다.
지저분하게 날리던 나뭇잎들을 정리하고 깨끗해진 마당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결하지 않고 게으름에 미루던 나뭇잎 무더기도 치우려고 보면 그 안에 이렇게 많은 벌레를
숨기고 있는데...'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은 얼마나 많이 묵혀서 고여 썩고 있을까?'
내 안의 묵은 감정들도 빗자루로 깔끔하게 쓸어 버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탁탁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