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보내고,

by 쏘일

그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를 보고 웃지 않고 멍하니 눈만 맞추던 그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그녀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누워있는 그를 둘러싸고 여자 셋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동안 그를 모시고 있던 그녀는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말투로 아주 세심한 일까지 모두 알려주겠다는 각오를 한 모양이다.

'왜 저런 이야기까지 하지?'

옆에서 듣던 나는 괜스레 짜증이 난다.

그를 보내고 처음 그를 보러 온 곳은 시내 외곽의 소담한 요양원이었다.

깔끔하고 해가 잘 비쳐서 분위기가 밝은 곳이었다.

함께 이야기를 듣던 요양보호사는 본인의 어머니도 이 요양원에서 함께 모신다고 안심하라고 그녀의 걱정을 이해하는 듯하다.

그는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는 나에게 무섭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어릴 적 동생을 두고 놀러 갔다가 사고 친동생 덕분에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그에게 뺨을 맞은 기억이 소환된다.

물론 그 한 번의 기억으로 그가 나에게 무섭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깊이 박혀있는 건 아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몸을 못 가누는 그를 그녀는 쉽게 놓지 못했다.

독감 예방접종 후 응급실에 실려가 그 뒤로 본인의 두 발로 걷지 못하게 된 그를 그녀는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지 못한 그가 그녀에게인들 좋은 기억을 주었을까?

그러나 부부라는 관계는 자식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지언정 그를 놓지 못하던 그녀였다.

하루 종일 누워 지내고 팔 하나 올리기도 버거워하는 그를 그녀는 3년간 꼭 쥐고 있었다.

그 사이 그녀의 몸은 자꾸 어긋나기 시작했고 그녀를 딱하게 여긴 동네분의 소개로 알게 된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을 나오며 그를 보내려고 마음먹은 후부터 좋지 않던 얼굴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하다.

항상 걱정을 사서 하는 그녀였다. 아마 지금도 속으로 그렇겠지!

그녀의 소소한 걱정들이 나에게 오면 나는 화가 났다.

일어나지도 않고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걱정들에 내 마음까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핀잔하는 나에게 또 그녀는 상처를 받고 그 받아치는 상처에 내가 또 상처를 받게 되어 서로가 서로를 할퀸다.

그녀의 그런 기질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녀의 걱정이 튀어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그녀는 '여기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라고 나를 안심시키는 건지 본인을 안심시키는 것인지 모를 말 한마디를 내뱉고 조용하다.

그를 보내는 내 마음도 그녀보다는 못하겠지만 무겁긴 마찬가지다.

괜스레 "그러게, 생각보다 더 편안하고 좋은 곳인데, 사람들도 좋은 듯하고... 아빠 모시기로 한 거 잘한 것 같아. 이제 엄마 생각만 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고 친구분들도 만나고 그래." 말이 많아진다.

"그래, 그래야지." 평소의 습관대로 본인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체념한 듯 말이 튀어나온다.

그녀의 말이 차 안을 맴돌고 사라진 후에도 한참을 우리는 침묵을 고수한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는 듯 나도 속으로 자꾸 되뇐다. '그래, 잘한 거야. 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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