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에서
Q.
버려진 걸까?
잃어버린 걸까?
잠시 내던져진 걸까?
A.
지나간 인연엔 연연하지 말자!
이미 가버린 시간에 갇혀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란 얘기지.
먼동이 틀 무렵 시작한 골목 탐험은 어느새 시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어스름을 뚫고 새어 나오는 떡집 골목의 불빛에 이끌려 찾아들었건만,
정작 시장통은 문을 연 점포도, 오가는 사람도 없었죠.
그렇게 인적조차 없는 텅 빈 시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답니다.
순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신발 한 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뒤로 적당한 거리에 덩그러니 또 한 짝.
'버려진 걸까?
잃어버린 걸까?
잠시 내던져진 걸까?'
뭔가 미처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사연들...
취한 듯 그렇게 빨려 들어간 시장 한복판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은
어스름 새벽을 닮아있었습니다.
때론 애틋하고, 때론 절절한...
우리네 인생길에서도
한 번쯤은 그렇게 마주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버려진 걸까?
잃어버린 걸까?
잠시 내던져진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가 몹시 궁금한 순간들....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지나간 인연엔 연연하지 말았음 해요.
그 지나감의 이유를 찾느라, 오늘을 허비해선 안 될 테니까요.
지나간 인연보단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애써 전해들은 대부분의 이유는
생각보다 비겁하고 생각보다 더 찌질하고
어쩌면 더 비열할 수도 있답니다.
내 삶이 영화가 아니듯, 떠난 이들도 그다지 멋지진 않을 테니까요.
이미 가버린 시간에 갇혀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24. 5. 8. 전주 여행길에 찍다.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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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이름 없는 골목 여행!
전주, 나름의 색을 잃어가고 안타깝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참 매력적인 도시다. 몇십 년 전에야 한옥마을 부근이 전주 내에서도 최고의 여행지였지만, 그 고즈넉함을 잃어버린 지금은 이름 없는 골목을 찾아다닌다. 터벅터벅 걷고 또 걷다 우연히 마주하는 그런 장면이 좋아서... 가을이 오면 다시금 찾고 싶은 길이다.
옛 골목 감성을 담은 좁은 길에서 또 다른 우연과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