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Jun 26. 2024

시간의 흐름

한편으로는 너무 시간이 빨리 간다. 이제 곧 장마가 올 테고, 장마가 물러가면 무더위가 왔다가 눈 깜짝할 새 가을을 거쳐 겨울이 오겠지. 이룬 것 없이 1년이 지나가겠지. 그렇게 한해 한해 가면 나는 점점 마음이 쪼그라들겠지. 

한편으로는 시간이 더디게 간다. 백수가 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설렘이 잦아들었다. 매일매일 신나서 세상을 탐방하듯 돌아다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침 6시면 눈을 반짝 뜨고 일어나 나갔는데 요즈음 종종 늦잠을 잔다. 9시쯤 되어야 눈이 떠진다. 여름이라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가을, 겨울, 봄을 지나 축축 쳐지는 시기가 도래했노라고, 가을이 돌아오면 다시 활력이 솟을 거라고. 노는 거 하루 이틀이지, 몇 달 지나면 금방 지겨워져, 다들 다시 일자리 찾아 나오잖아, 라던 세간의 말을 내가 증명하게 되지는 않기를. 매일매일 흥미롭게 잘 살아내기를. 


...


요즘 마음에 가시가 뾰쪽하게 돋아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거슬리는지. 왜 가볍게 흘려버리지 못하고 계속 곱씹으며 기분이 나쁜지. 좋아하는 것만 가까이하기에도 짧은 인생이건만 좋아하지 않는데도 쳐내지 못하는 것들이 여전히 너무나 많다. 죽을 때까지도 싫어하는 것들을 다 버리지는 못하겠지. 

이렇게 까다로운 성격으로 여태껏 회사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나, 참 고생했다. 그런데 성격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어디에 있던 마찬가지구나. 회사 안 나간다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건 아니었어. 

매거진의 이전글 발행가보다 비싼 채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