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주식을 산 이후로 매매차익을 거둔 적은 거의 없다. 가치투자니, 영원히 팔지 않을 주식만 사라느니 등의 말 뒤에 숨어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팔아야 할 때를 몰라서 팔지 못하고 쭉 가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계속 들여다볼 만큼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아닌 고상한 사람인 것만 같은 우월감도 마음 한 구석에 있을 거다.
주식으로 4억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평가액은 하루에 천만 원까지도 쉽게 오르내린다. 오늘 하루만 보아도 1,500만 원이 하락했고 8월 들어 단 3일간에 3,000만 원이 하락했다. 생각해 보면 일정 가격에서 매도하고 그보다 떨어지면 같은 수량만큼 다시 매수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7월 31일에 팔고 오늘 다시 매수했다면 아무것도 안 한 것 대비 3,000만 원의 수익이 더 생기는 거다. 여기서 더 하락하더라도 사실 상관이 없다. 그냥 가지고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3천만 원이면 1년 생활비를 훌쩍 상회한다. 1년에 한두 번만 매도 후 재매수를 하면 1년 생활비가 생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오르면 어떡하지 싶은 욕심이 절반, 오를지 내릴지 판단을 못하는 무지함이 절반이다. 평단가와 수익률에 비합리적인 애착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물론 귀찮음도 한몫한다. 그리고,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숫자상으로 돈이 만들어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거부감이 조금 있기도 하다.
해외 주식의 매도차익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도 1년에 한 번 250만 원 이내에서 매도 후 재매수하라고 하니, 나도 슬슬 고민해 보기는 해야겠다. 가끔은 조정이 올 것이라는 걸 명백하게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무엇보다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더 이상 둘러댈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람 성향은 잘 바뀌지 않으니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 장 마감 후 확인해 보니 오늘 하루 2,400만 원 하락했다. 미국 시장은 또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