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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의자를 구입했다

by 소소

의자가 하나 필요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든 살 때는 다 꼭 필요한 물건인 것만 같다. 하지만 몇 달 만에 애물단지가 되는 게 부지기수다. 좋은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하라는 어설픈 가르침으로 인해 어정쩡하게 비싸게 산 것들도 많으니, 이렇게 버린 돈을 모으면 집은 사지 못해도 새집처럼 인테리어 공사는 할 수 있겠고, 작은 자동차 한 대는 살 수 있겠다. 버려진 그 많은 것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면 20년 이상 함께 하는 물건이 된다. 한 줌 살아남은 가짓수를 보며 실제로 필요한 것은 얼마나 적은가 되새기지만 안타깝게도 물건을 구매하기 전에 가늠하는 안목은 키우지 못했다. 일단 사봐야 알게 되는 것이다. 애물단지로 판명되면 버려진 돈도 아깝지만 더 괴로운 것은 원하지 않는 물건이 내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과 폐기하는데도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내심 사려고 눈여겨보던 의자가 두 종류 있었다. 하나는 예쁘지만 불편한 의자, 다른 하나는 실용적이지만 예쁘지 않은 의자. 돌이켜보면 전자는 집에 비교적 오래 머무르기는 하지만 자리만 차지하는 예쁜 쓰레기가 된다. 후자는 사용은 하지만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고 이를 견디지 못해 결국 치워버린다.


이번에 구매한 것은 후자, 실용적이고 편하지만 예쁘지는 않은 의자이다. 못생긴 건 아니지만 감성 한 스푼이 부족하다. 볼 때마다 거슬릴까 봐 고민하고 고민했으나, 물건 상태와 가격이 너무 좋아서 살 수밖에 없었다. 정상가의 1/10 정도에 새거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싸구려 플라스틱 중고 의자, 흠결 있는 의자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다른 사람이 먼저 사가면 인연이 아닌 것으로 여기리라 마음먹고 일주일 정도 기다렸으니, 그래도 나름 최선의 숙고를 거친 셈이다. 숙고라기보다는 주사위 던지듯 운에 맞긴 거지만. 이번에 산 의자는 제발 오래 함께하길 바라는데 약간은 불안하다. 마음에 안 들면 많이 험하게 사용해서 빨리 낡게 만들어야겠다 내심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정이 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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