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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 스테이크

메리어트 본보이 포인트

by 소소

한때는 여행이 취미여서 일 년에 두 번은 해외여행을 다녔고 간간히 국내여행도 다니고 호캉스도 즐겼더랬다. 호캉스 취미가 생긴 건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다. 불면증이 너무 심해 고생하던 시절, 몇 달 내리 하루에 두어 시간 밖에 못 자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 호텔에만 가면 깨지도 않고 꿀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 비싼 호텔도 아니고 침구가 좋아서도 아닌 것 같은데, 환경이 바뀐 덕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격이 저렴한 날을 골라 호텔에 잠을 자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장점도 알게 되었다. 남이 청소해 주는 곳에서 머무르는 즐거움, 뒷정리를 고민할 필요 없는 홀가분함, 다른 동네 주민이 된 것 같은 재미.


이제 출장을 다닐 일도 없고 취미생활로 호텔에 머무를 일도 없으니 가지고 있는 호텔 멤버십을 삭제하려다가 포인트가 조금 남아 있어 사용할 곳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명동 호텔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명동 Moxy에서 15,000원 특가로 스테이크를 판다. 포인트로 지불하면 22,000 포인트. 12/31까지라서 급히 갔다 왔다. 점심 먹으러 오는 직장인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사람 없이 한산했다. 예약 없이도 바로 창가 자리로 안내받았다. 뷰가 좋건 나쁘건 사람은 햇빛을 쐬어야 하니 창가가 좋다. 예전 같으면 호기롭게 밥보다 비싼 음료를 시켰을 텐데 음료는 주문하지 않았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얇고 바짝 구운 고기를 선호하는 나는 만족스러웠다. 간은 조금 세다. 평소 채식 위주로 먹다가 고기를 먹으니 포만감의 정도가 확연히 달랐다. 이것이 고기의 힘인가, 배가 꺼지지 않아 저녁은 간단히 과일과 채소로 먹었다.


바로 옆에 있는 르메르디앙 호텔 베이커리에서도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주중 오전에 커피와 크루아상을 특가로 판다. 테이크아웃만 된다는 것 같으니 날이 따뜻할 때 들러 남산 산책을 가야겠다.


과거의 나 덕에 잠깐 호사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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