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밥
나시 르막 - 밥, 멸치 볶음, 오이, 땅콩, 삶은 계란, 그리고 삼발소스. 메뉴에 따라 여기에 닭튀김이나 커리, 혹은 꾸이맨 같은 튀김 과자가 같이 나오기도 한다. 밥은 코코넛밀크를 넣은 밥이라는데, 내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파란색인지 여부이다. 꽃잎으로 물들이는 거라고 하는데, 파란 밥과 바나나 잎이 내게는 근본 있는 나시 르막의 조건이다.
삼발소스는 없지만 볶음 고추장으로 대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국에서 접시에 비슷하게 담아 말레이시아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 '나 나시르막 먹는다.'
- '음..??.. 어느 가게야?' (얘가 또 어디 가서 호구 잡힌 걸까)
- '내가 만든 거야! (뿌듯)'
- '오. 매우 맛있어 보여! Looks authentic! (급 태세 전환)'
처음 먹은 나시 르막이 파란 밥이라 당연히 파란 밥이 나와야 하는 줄 알았으나, 파란 밥이 나오는 나시르막이 흔하지는 않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시 케라부라고 따로 부르는 명칭이 있었다.
서울에서는 말레이시아 음식을 찾기 어려운 것 같다. 한때 강남역에 키친 뇨냐라고 뇨냐 음식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금세 문을 닫았다. 연남동에는 바쿠테 전문점이 있었는데 여기도 오래가지 못했다. 두 집의 공통점은 현지의 맛이 순화되어 특색이 약했다는 점이다. 나도 두 번은 가지 않았으니.
재벌집 누군가가 올드타운 화이트커피 프랜차이즈라도 좀 들여와주면 좋겠다.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 설마 한국에 나 혼자일리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