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by 소소

동백, 매화, 산수유, 벚꽃으로 이어지는 개화 소식에 모두가 들썩이는 봄. 이 소란에서 한 걸음 비켜 조용히 피었다 지는 꽃이 있다. 딱히 누구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나무, 목련.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그때는 교실에서 필요한 물품이 생기면 종종 학부모에게 부탁하곤 했다. 반에서 여유 있는 집 아이들 몇 에게 담임선생님이 편지를 써서 들려 보낸다. '이러이러하여 반에 커튼이 필요하오니 저렴한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방과 후 아이들이 책상을 밀고 다 같이 나무로 된 교실바닥에 왁스질을 하던 시절이고, 그걸 위해 집에서 할머니가 안 쓰는 천으로 걸레를 만들어 주었고 (나 죽기 전에 이거라도 해줘야지, 하면서 넉넉히 여분의 걸레를 만들어 놓으셨다.), 화장실은 남녀공용이었고, 교실 한가운데 난로가 있어 주번이 아침이면 조개탄을 받아오던 그런 시절이었다.


어느 날인가 학교에서 묘목을 기증받았다. 역시나 좀 넉넉한 집 아이들 위주로 요청이 들어갔던 것 같다. 운동장 한가운데 (건물 뒤 구석이었는지도) 네모나게 구획된 자리에 내 키와 비슷한 작은 묘목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각 묘목에는 기증자 이름이 명찰로 매달려 있었다. 부모님이 내 이름으로 기증한 나무는 목련이었다. 내심 왜 하필이면 목련이지, 멋있지 않잖아, 노땅 같아,라고 툴툴댔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졸업한 초등학교에 한 번 방문해 보았다. 많이 바뀌었다. 학교 부지는 지금 보아도 꽤 크다. 어린 시절에는 더 크게 느꼈겠지. 그때 묘목들이 심어져 있던 위치가 어디였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내 목련이 무럭무럭 자라서 학교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는 있을는지. 목련 나무를 찾아보려 했으나 꽃도 없이 수종을 알아볼 만큼 내 눈썰미가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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